꽃잎을 살짝 누르면 마치 용이 입을 뻐끔거리는 듯한 모습 때문에 '금어초(金魚草)' 또는 '스냅드래곤'이라 불리는 꽃. 다채로운 색상과 풍성한 꽃차례가 너무나 아름다워 화단이나 꽃다발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죠. "이렇게 예쁜 꽃은 모종으로 사서 심어야지, 씨앗부터는 너무 어려울 거야"라고 지레짐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금어초는 작은 씨앗 한 봉지로 온 정원을 축제로 만들 수 있는, 초보 가드너에게 큰 성공의 기쁨을 안겨주는 아주 고마운 식물입니다.
이 글 하나면 충분합니다. 먼지처럼 작은 씨앗이 싹을 틔워 화려한 꽃망울을 터뜨리기까지, 여러분의 모든 과정을 A부터 Z까지 실패 없이 이끌어 드릴게요.
작은 씨앗, 위대한 시작 (파종 시기와 방법)
금어초 씨앗을 심는 가장 좋은 시기는 의외로 '가을(9월~10월)'입니다. 가을에 씨앗을 뿌려 겨울의 추위를 겪으며 땅속에 뿌리를 내린 모종은, 봄이 되었을 때 그 어떤 화초보다 튼튼하고 풍성하게 자라 화려한 꽃을 피워냅니다. 물론 이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른 봄(2월~3월), 땅이 녹자마자 씨앗을 심어도 늦여름부터 예쁜 꽃을 볼 수 있습니다.
금어초 씨앗은 햇빛을 받아야 싹이 트는 '광발아성' 종자입니다. 따라서 씨앗을 심을 때 흙을 두껍게 덮어주면 안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고운 상토를 화분이나 파종 트레이에 담고 씨앗을 흩뿌린 뒤, 흙을 덮지 않거나 아주 얇게 살짝만 덮어주세요. 물은 일반 물뿌리개 대신 분무기를 이용해 흙이 촉촉하게 젖을 정도로만 뿌려주는 것이 씨앗이 떠내려가는 것을 막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아기 모종, 튼튼하게 키우기 (싹튼 후 관리)
일주일 정도 지나 솜털 같은 작은 싹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면, 이제부터는 햇빛과 바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많은 초보자들이 싹이 약해 보인다고 계속 실내에만 두는데, 이는 줄기만 멀대처럼 가늘고 길게 자라는 '웃자람'의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일단 싹이 텄다면 즉시 햇빛이 가장 잘 드는 창가로 옮겨 최대한 많은 빛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물주기는 겉흙이 보송하게 말랐을 때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아기 모종 시기의 과습은 뿌리를 썩게 하고 연약한 줄기를 녹아내리게 하는 '잘록병'의 원인이 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흙을 손가락으로 살짝 만져보고 말랐을 때 흠뻑 주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건강한 모종을 키우는 지름길입니다.
풍성함의 마법, 순지르기 (곁가지 늘리기)
하나의 줄기에서 몇 송이의 꽃만 보고 싶지 않다면, '순지르기(적심)'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정입니다. 순지르기는 식물이 어느 정도 자랐을 때(본잎이 5~6장 이상 나왔을 때), 맨 위쪽의 새순(생장점)을 손톱이나 소독한 가위로 톡 잘라내는 작업을 말합니다.
위로만 뻗어 나가려던 성장 에너지가 갈 곳을 잃고 곁가지들로 분산되면서, 잘라낸 부위 아래에서 두 개 이상의 새로운 가지가 돋아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한두 번만 반복해주면, 외로운 꽃대 하나가 아닌 풍성한 꽃다발 같은 수형으로 자라게 됩니다. 처음에는 아깝게 느껴지더라도, 더 큰 기쁨을 위한 과정이니 과감하게 시도해 보세요.
꽃대를 올리는 비결, 햇빛과 영양
금어초는 '햇빛의 힘'으로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순지르기를 마친 뒤 식물이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기 시작할 때, 하루 최소 6시간 이상의 직사광선은 풍성한 꽃을 보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햇빛이 부족하면 꽃대가 약하게 올라오거나 꽃의 색이 선명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집에서 가장 해가 잘 드는 명당 자리를 금어초에게 양보해주세요.
몸집이 커지고 꽃망울을 맺기 시작하면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때는 영양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다목적 액체 비료를 물에 옅게 희석하여 2주에 한 번 정도 물주기를 대신해 주면, 더욱 튼튼하고 화려한 꽃을 오랫동안 피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축제가 끝난 뒤, 내년을 기약하며 (수확과 월동)
화려한 꽃의 축제가 끝나고 꽃이 시들기 시작하면, 시든 꽃대를 바로 잘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대로 두면 씨앗을 맺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더 이상 새로운 꽃을 피우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든 꽃대를 잘라주면 그 아래에서 새로운 곁가지가 나와 두 번째, 세 번째 꽃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기특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금어초는 원래 여러해살이 식물이지만 우리나라의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에 약해 보통 한해살이로 취급됩니다. 하지만 일부 품종은 화분에 심어 서리가 내리기 전 실내로 들이거나, 남부지방의 경우 지상부를 잘라주고 짚 등으로 덮어주면 뿌리가 살아남아 다음 해에 다시 싹을 틔우기도 합니다. 꽃이 진 자리에 생기는 해골 모양의 독특한 씨앗을 받아두었다가 가을에 다시 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파종한 새싹들이 힘없이 쓰러져 죽어요.
A. 물을 너무 많이 주었거나 통풍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잘록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흙이 항상 축축하게 젖어있지 않도록 물주는 횟수를 줄이고, 창문을 자주 열어 바람이 잘 통하게 해주세요. 한번 병이 온 흙은 소독하거나 새 흙으로 교체해 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잎이 노랗게 변하는데 이유가 뭘까요?
A. 가장 흔한 원인은 '과습'입니다. 흙이 마를 틈 없이 계속 물을 주면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해 잎이 노랗게 변합니다. 물주기 전 반드시 흙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영양분이 부족할 때도 아래 잎부터 노랗게 변할 수 있으니, 흙 상태가 정상이라면 비료를 소량 주는 것을 고려해 보세요.
Q. 키가 너무 커서 자꾸 쓰러져요.
A. 키가 큰 품종의 금어초는 꽃대가 올라올 때 쓰러지기 쉽습니다. 이럴 때는 가는 지지대를 옆에 꽂아주고 줄기를 가볍게 묶어주면 모양을 잡아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릴 때 '순지르기'를 통해 키를 낮추고 곁가지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한눈에 알아보는 금어초의 모든 것 (잎, 꽃, 씨앗, 특징)
한눈에 알아보는 금어초의 모든 것 (잎, 꽃, 씨앗, 특징)
화사한 봄부터 여름까지, 정원이나 화단에서 총총히 모여 피어있는 독특한 모양의 꽃을 보신 적 있나요? 마치 작은 금붕어가 입을 뻐끔거리며 헤엄치는 듯한 귀여운 모습에, "이 꽃 이름이 뭐지?
tes.sstory.kr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금어초 키우기 가이드
금어초는 18~20도에서 광발아시키며, 물빠짐이 좋은 토양과 풍부한 햇빛, 적절한 순지르기로 풍성하게 꽃을 피웁니다. - 금어초 키우기(꽃말,물주기,월동,번식,관리방법) :: 정보젤라
씨앗 파종 후 최소 3시간 이상 햇빛, 건조·저온에도 강해 초보자도 실내·외 모두 쉽게 기를 수 있습니다. - 금어초 키우기(트위니 옐로 쉐이드) 파종부터 개화까지
광발아 씨앗으로 흙을 살짝만 덮어주고, 21~24도에서 일주일 만에 발아해 분지성도 뛰어납니다. - 금어초 키우고 돌보는 방법 - PictureThis
금어초는 햇빛, 배수 좋은 토양, 시든 꽃대 잘라주기가 중요하며 꽃이 오래오래 피는 게 특징입니다. - 반전의 꽃 금어초 씨앗부터 키우기 - 브런치
실내에서는 하루 12~14시간 식물등 사용이 좋고, 씨앗은 겨울~봄 파종 후 관리만 잘하면 빠르게 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