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날 시골 할머니 댁 마당이나 주말농장 텃밭에 가면, 넓은 잎사귀 사이로 소담하게 피어난 커다란 꽃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덩굴을 쭉쭉 뻗어 나가는 모습도, 큼직한 나팔 모양의 꽃도 꼭 닮아서 “저게 호박꽃이던가? 박꽃이던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죠.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책 속 풍경 같아 정겹지만, 막상 두 꽃의 이름을 불러주려니 헷갈리기만 합니다.
이 두 여름꽃의 정체를 두고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아주 간단하고 명확한 방법으로 순식간에 둘을 알아맞힐 수 있기 때문이죠. 결론부터 시원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꽃을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단서는 바로 꽃잎의 ‘색깔’과 꽃이 활짝 피어나는 ‘시간’입니다. 이것만 기억한다면, 당신도 오늘부터 식물 박사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결정적 차이, 색깔과 피는 시간


두 꽃을 구별하는 가장 쉽고 빠른 첫 번째 방법은 바로 눈에 보이는 ‘색깔’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확실한 단서는 없습니다. 이름에 힌트가 있듯, 호박꽃은 누가 봐도 선명한 ‘노란색’ 또는 ‘황금색’을 띠고 있습니다. 마치 아침 햇살을 가득 머금은 듯한 밝고 건강한 빛깔이죠.
반면 박꽃은 거짓말처럼 새하얀 ‘흰색’입니다. 어둠 속에서도 그 모습이 드러날 만큼 순백의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따라서 내가 보고 있는 꽃이 노란색이라면 100% 호박꽃, 흰색이라면 100% 박꽃이라고 확신하셔도 좋습니다. 이 둘의 색깔은 절대 섞이거나 헷갈리지 않습니다.
낮에 빛나는 황금빛 나팔


두 번째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꽃이 활짝 피어나는 ‘시간대’입니다. 두 꽃은 서로 다른 시간에 활동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냅니다. 먼저 호박꽃은 ‘아침 해’가 뜨면 활짝 피어나는 대표적인 ‘낮의 꽃’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커다란 황금빛 나팔을 활짝 열고, 꿀을 찾는 벌과 나비 같은 곤충들을 부지런히 맞이합니다.
이렇게 낮 동안 열심히 일한 꽃은 수정이 끝나면 저녁이 되면서 서서히 오므라들어 다음 날을 기약합니다. 우리가 텃밭에서 흔히 호박꽃을 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처럼 우리와 같은 시간대에 활동하기 때문입니다. 낮에 활짝 핀 노란 꽃을 보셨다면, 그것은 틀림없는 호박꽃입니다.
달빛 아래 피어나는 순백의 요정


반면 박꽃은 정반대의 생활 패턴을 가집니다. 박꽃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는 ‘저녁’이 되어서야 수줍게 꽃잎을 여는 ‘밤의 꽃’입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하얀 꽃잎을 활짝 펼쳐,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박꽃 아가씨’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청초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죠.
박꽃이 밤에 피는 이유는 바로 밤에 활동하는 나방과 같은 곤충들의 도움을 받아 열매를 맺기 위해서입니다. 이처럼 활동 시간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해가 쨍쨍한 대낮에 박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저녁 무렵 하얗게 피어나는 꽃을 보셨다면, 그것은 바로 박꽃과의 반가운 만남입니다.
잎사귀로도 알 수 있어요


꽃의 색깔과 피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조금 더 확실한 구별법을 원하신다면 ‘잎사귀’를 살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두 식물의 잎은 전체적인 모양은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호박의 잎은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오각형 모양에 가깝고, 잎 가장자리의 갈라짐이 비교적 얕은 편입니다. 또한 표면에 부드러운 솜털이 많아 만져보면 보송보송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듭니다. 반면 박의 잎은 호박 잎보다 크기가 더 크고, 심장 모양에 가까우며 가장자리가 더 깊게 갈라져 있습니다. 솜털이 적어 호박 잎보다는 조금 더 빳빳한 느낌을 줍니다.
우리에게 주는 고마움의 차이


두 식물은 최종적으로 우리에게 주는 선물도 다릅니다. 호박꽃이 피었다 지면 그 자리에는 우리가 반찬이나 죽, 떡으로 즐겨 먹는 둥근 호박(애호박, 늙은호박 등)이 열립니다. 꽃 역시 부드러워서 튀김이나 쌈, 떡의 재료로 활용되기도 하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반면 박꽃이 지고 나면 동화 <흥부놀부>에 나오는 것처럼 커다란 박이 열립니다. 이 박은 속을 파내고 잘 말리면, 물을 푸거나 밥을 담는 그릇인 ‘바가지’라는 우리 고유의 생활 도구로 재탄생합니다. 이처럼 두 꽃은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에게 풍성한 결실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호박꽃은 다 먹을 수 있나요?
A. 네, 호박꽃은 독성이 없어 식용이 가능합니다. 보통 꽃이 피기 전의 봉오리나 막 피어난 수꽃을 따서 튀김이나 전을 부치고, 샐러드나 쌈 채소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맛이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이 납니다.
Q. 박꽃은 왜 아침이 되면 시들어 있나요?
A. 박꽃은 밤에 피어 밤에 활동하는 곤충(나방 등)을 통해 수분이 이루어집니다. 밤사이 자신의 임무를 다한 꽃은 아침 해가 뜨면 자연스럽게 꽃잎을 닫고 시들게 됩니다.
Q. 호박이 열리려면 암꽃, 수꽃이 모두 필요한가요?
A. 네, 그렇습니다. 꽃자루 끝에 작은 애기 호박이 달려있는 것이 암꽃이고, 달려있지 않은 것이 수꽃입니다. 벌이나 나비가 수꽃의 꽃가루를 암꽃에 옮겨주어야 비로소 호박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호박꽃 키우는 법과 관리 요령, 초보자도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재배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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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박꽃, 호박꽃 - 브런치
호박꽃은 노란색이고 낮에 피며, 박꽃은 흰색이고 밤에만 활짝 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 호박꽃과 박꽃 - 태양 티스토리
호박꽃은 밭에서 낮에 활짝, 박꽃은 지붕 위로 줄기를 올려 밤에만 하얗게 핍니다. - 호박, 호박꽃(호박 암꽃, 수꽃), 호박 덩굴손 - 네이버블로그
호박은 줄기와 잎에 까칠까칠한 털이 많으며 노란 별 모양의 큰 꽃입니다. - 박꽃과 호박꽃 꽃말 - 네이버블로그
박꽃은 기다림, 호박꽃은 소박함을 뜻하며 박꽃은 밤에, 호박꽃은 낮에 핍니다. - 호박 인공수정과 호박꽃 암수구별 - 유튜브
호박꽃은 노란색, 박꽃은 흰색으로 색과 개화 시간에서 확연히 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