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이나 시골길을 걷다 보면, 크고 넓은 잎사귀 사이로 하얗고 붉은 별 모양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나무를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누린내가 난다'는 조금은 억울한 이름을 가진 나무. 바로 '누리장나무'입니다.
"정말 지독한 냄새가 날까?" 하는 호기심과 함께, "그래서 구린내나무라고도 불린다던데?"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 소문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오늘, 이 독특한 나무가 가진 냄새의 진짜 정체와 그 속에 숨겨진 놀라운 반전 매력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름에 담긴 오해, 냄새의 범인은?
누리장나무라는 이름은, 나무의 잎이나 줄기를 꺾거나 비볐을 때 나는 독특한 냄새 때문에 붙었습니다. 실제로 잎을 으깨어 코에 대보면, 뭐라 형용하기 힘든 양잿물 냄새 비슷한 쿰쿰하고 꼬릿한 냄새가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구릿대나무'나 '누린내나무'라는 조금은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무가 가만히 서 있을 때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냄새는 오직 식물에 상처가 났을 때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뿜어내는 '방어용 무기'인 셈입니다. 우리가 일부러 잎을 만지거나 꺾지만 않는다면, 숲속에서 누리장나무 때문에 불쾌한 냄새를 맡을 일은 거의 없습니다.
냄새를 압도하는 '꽃'의 반전 매력
누리장나무의 냄새에 대한 오해를 풀어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꽃'입니다. 한여름인 8월경, 다른 나무들이 모두 초록 잎만 무성할 때, 누리장나무는 가지 끝에 하얀색의 아름다운 꽃을 풍성하게 피워냅니다.
이 꽃에서는 잎의 냄새와는 정반대로, 아주 향기롭고 달콤한 향기가 납니다. 자스민 향기와 비슷하면서도 더 은은한 이 향기는, 꽃이 귀한 여름 숲의 나비와 벌들을 불러 모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독한 누린내라는 선입견을 가졌던 사람들도, 이 향기로운 꽃을 마주하는 순간 그 반전 매력에 빠져들게 됩니다.
보석보다 아름다운 '열매'의 향연
꽃이 지고 난 후, 가을이 되면 누리장나무는 또 한 번의 화려한 변신을 시작합니다. 꽃이 졌던 자리에는 별 모양의 붉은 꽃받침이 남아, 마치 붉은 꽃이 다시 핀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파란색의 작은 구슬 같은 열매가 보석처럼 박힙니다.
짙푸른 '터키석'을 연상시키는 이 열매의 색깔은 자연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아주 신비로운 푸른빛입니다. 붉은색 꽃받침과 푸른색 열매의 강렬한 색채 대비는, 단풍이 지는 가을 숲에서 그 어떤 단풍나무보다 더 화려하고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냅니다. 이 아름다운 열매야말로 누리장나무를 '보석 나무(Jewel Tree)'라고 부르고 싶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어린 잎은 맛있는 '나물'
이렇게 독특한 냄새를 가진 누리장나무지만, 놀랍게도 봄에 돋아나는 어린 순은 아주 훌륭한 나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개똥나무'라고도 불리는 이 나물은, 살짝 데쳐서 물에 우려내면 특유의 냄새가 사라지고 부드러운 식감과 담백한 맛이 남습니다.
주로 된장이나 고추장에 무쳐 먹거나, 쌈 채소로 즐기기도 했습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자연의 모든 것을 지혜롭게 활용했던 것이죠.
약이 되는 고마운 나무
누리장나무는 나물뿐만 아니라, 나무 전체가 아주 중요한 약재로도 쓰였습니다. 특히 잔가지와 뿌리는 '취오동(臭梧桐)'이라는 이름의 한약재로, 예로부터 혈압을 낮추고, 신경통이나 관절염의 통증을 완화하며, 피부 질환을 다스리는 데 널리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처럼 누리장나무는 조금 독특한 냄새를 가졌다는 이유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사실은 아름다운 꽃과 보석 같은 열매를 품고, 우리에게는 나물과 약재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아주 고마운 우리 토종 나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누리장나무는 어디서 쉽게 볼 수 있나요?
A. 누리장나무는 우리나라 전국의 야트막한 산이나 들, 밭둑 등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아주 흔하게 자생하는 나무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Q. 꽃이 필 때 정말 좋은 향기가 나나요?
A. 네, 아주 좋은 향기가 납니다. 잎에서 나는 냄새와는 완전히 다른, 백합이나 자스민과 비슷한 아주 달콤하고 향기로운 향기가 납니다. 그래서 꽃에는 나비와 벌들이 많이 모여듭니다.
Q. 열매는 먹어도 되나요?
A. 아니요, 먹지 않습니다. 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맛이 없고, 주로 염료의 재료로 사용되거나 새들의 먹이가 됩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냄새가 고약하다는 누리장나무 하지만 꽃은 예쁘답니다 - 코리아칼쳐뉴스
잎, 줄기, 뿌리에서 고약한 누린내가 나지만 꽃은 예뻐서 관상용으로도 심는 나무입니다. - [식물 이야기] 요즘 산길서 맵시 뽐내는 나무… 누린내로 해충 물리치죠 - 조선일보 신문은선생님
상한 된장이나 오래된 곳간 냄새 같은 독특한 누린내는 해충을 쫓기 위한 식물의 방어 기능입니다. - 누리장나무 알아보기 - YouTube
봄~여름 누리장나무 근처만 가도 특유의 누릿한 냄새가 느껴져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합니다. - 누리장나무의 비밀 파헤쳐보기 - YouTube
누린내는 잎을 갉아먹는 해충 방어 목적이며, 나물로 먹을 땐 데쳐야 냄새가 완화된다는 설명입니다. - 관절염을 치료하고 피부 가려움증에 좋은 누리장나무 - 충청뉴스
생잎, 줄기, 뿌리 등에서 누린내가 나며 이는 분비액 때문이라고 구체적으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