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탐스러운 꽃송이, 정열적인 색감으로 여름 정원을 압도하는 '다알리아'. 봄에 심은 구근에서 싹이 나고, 쑥쑥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올해는 얼마나 예쁜 꽃을 피워줄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계실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아주 중요한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지금 당신의 작은 '용기' 하나가, 올여름 당신의 다알리아가 피워낼 꽃의 '수량'을 두 배, 세 배로 늘릴 수도, 혹은 키만 훌쩍 크고 몇 송이 피지 않는 아쉬운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운명을 가르는 마법 같은 기술이 바로 '순지르기(Pinching)'입니다.
'순지르기'가 뭐죠? 작은 희생, 큰 기쁨
'순지르기'라는 말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냥 '새순 잘라주기' 혹은 '키 작게 만들기'라고 생각하면 아주 쉽습니다. 식물의 맨 꼭대기에서 계속해서 자라나는 '생장점'을 과감하게 잘라내는 작업을 말합니다. "아니, 이제 막 자라기 시작했는데 잘라버리라고요?" 네, 맞습니다. 바로 이 작은 희생이, 더 큰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식물은 맨 위 생장점이 잘려나가면, 더 이상 위로만 자라는 것을 멈추고 "아, 이제 옆으로 자라야겠다!"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위로만 쏟아붓던 모든 에너지를, 아래쪽 잎겨드랑이에 숨어있던 '곁가지'들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왜 다알리아에게 '순지르기'가 필수일까?
다알리아는 순지르기를 해주지 않고 그냥 두면, 보통 하나의 굵은 원줄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쑥쑥 자라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 맨 꼭대기에 큼지막한 꽃 한두 송이를 피워 올리죠. 물론 그 꽃도 아름답지만, 우리는 더 많은 꽃을 보고 싶습니다.
바로 이때 순지르기가 마법을 부립니다. 원줄기의 생장점을 잘라내면, 그 아래에서 최소 두 개 이상의 튼튼한 곁가지가 새롭게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각각의 곁가지 끝에서 모두 새로운 꽃봉오리가 맺히게 됩니다. 하나의 꽃이 필 자리에, 두 개, 네 개의 꽃이 피게 되는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순지르기의 '황금 타이밍'
이 중요한 순지르기를 언제 해야 할까요? 너무 일찍 해도, 너무 늦게 해도 안 됩니다. 가장 이상적인 '황금 타이밍'은, 다알리아의 키가 약 20~30cm 정도 자라고, 잎이 서너 쌍(마디) 정도 나왔을 때입니다.
이 시기가 바로 식물이 땅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고, 왕성하게 성장을 시작하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맨 위에서 새로 돋아나는 여린 새순과 바로 아래 잎 한 쌍 정도를, 소독한 가위나 손톱으로 '똑' 하고 잘라내 주면 됩니다.
'용기'가 꽃의 수를 결정한다
순지르기를 마친 다알리아는 잠시 성장을 멈춘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는, 더 많은 가지를 키워내기 위해 뿌리가 더욱 힘차게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며칠만 지나면 잘린 곳 아래 잎겨드랑이에서 튼튼한 곁순 두 개가 돋아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욕심을 내고 싶다면, 이 곁순들이 다시 서너 마디 자랐을 때 한 번 더 순지르기를 해줄 수도 있습니다. '2차 순지르기'를 해주면, 꽃송이의 수는 4배, 8배로 늘어나지만, 각각의 꽃 크기는 조금 작아질 수 있습니다.
순지르기, 또 다른 중요한 이유
순지르기는 단순히 꽃의 수를 늘리는 것 외에 또 다른 아주 중요한 이점을 가져다줍니다. 바로 식물 전체의 '키'를 낮춰준다는 점입니다. 다알리아는 품종에 따라 키가 1.5미터 이상 훌쩍 크게 자라기도 하는데, 이렇게 키가 크면 강한 비바람에 줄기가 쉽게 부러지거나 쓰러질 수 있습니다.
순지르기를 통해 전체적인 키를 낮추고, 여러 개의 튼튼한 줄기가 함께 자라도록 유도하면, 식물은 훨씬 더 안정적이고 튼튼한 구조를 갖게 됩니다. 이는 여름철 태풍과 장마로부터 당신의 소중한 다알리아를 지켜주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모든 다알리아에 순지르기를 해야 하나요?
A. 키가 아주 작게 자라는 '왜성종' 다알리아나, 화단 앞쪽에 심어 한두 송이의 큰 꽃을 강조하고 싶은 경우에는 굳이 순지르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순지르기는 주로 키가 크게 자라는 품종을 더 풍성하고 안정적으로 키우고 싶을 때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Q. 순지르기를 너무 늦게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꽃이 피는 시기가 너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식물은 잘린 후 곁가지를 키우고, 다시 꽃봉오리를 맺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너무 늦은 여름에 순지르기를 하면, 꽃이 제대로 피기도 전에 가을이 와버릴 수 있으니, 늦어도 6월 말까지는 첫 순지르기를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Q. 잘라낸 순은 버려야 하나요?
A. 아닙니다! 잘라낸 순의 아래쪽 잎을 정리하여 물 빠짐이 좋은 흙에 꽂아두면, 쉽게 뿌리를 내려 새로운 개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삽목(꺾꽂이)'이라고 합니다. 순지르기를 통해 꽃의 수도 늘리고, 다알리아 개체 수도 늘리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려보세요.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순지르기 - 브런치
다알리아의 새순을 본잎 3~5쌍 정도에 꽃봉오리 생기기 전 꼭대기 부분에서 잘라주면 줄기가 많이 갈라지며, 꽃 숫자와 품질, 피는 기간 모두 늘어납니다. 순지르기 후에는 비료를 보충해주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 다알리아, 채소 순치기 <펌> - 바람재들꽃
다알리아는 1줄기 또는 2~3줄기로 키우되, 곁순은 잘라주면 꽃이 더 풍성해지는 순치기 실전 요령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다알리아 성장속도에 깜짝 놀라실거예요 새순을 잘라버린 구근 6월 - YouTube
다알리아는 새순을 잘라주면 줄기가 여러 개로 분지되어 꽃이 배로 늘어남을 영상으로 비교 설명합니다. - 일립 | 다알리아 증식, 순지르기 - 인스타그램
데드헤딩과 순지르기를 통해 초화의 새 개화를 촉진하는 방법, 다알리아 번식과 풍성한 꽃을 위한 팁을 짧게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