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향긋한 보랏빛에 이끌려 우리 집에 들인 작은 라벤더 화분 하나. 바람이 불 때마다 퍼지는 은은한 향기에 마음이 평온해지고, 언젠가 보랏빛 물결이 가득한 나만의 작은 정원을 꿈꾸게 됩니다. 하지만 그 꿈도 잠시, 며칠 지나지 않아 잎이 까맣게 변하고 줄기가 힘없이 쓰러져 결국 작별을 고해야 했던 슬픈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아름다운 허브를 죽이지 않고 키우는 비결은 온실 속 화초처럼 애지중지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친구의 고향인 ‘지중해’의 척박한 환경을 이해하고, 넘치는 사랑 대신 ‘건조함’과 ‘뜨거운 햇살’, 그리고 ‘과감한 가위질’을 선물하는 것에 그 모든 해답이 숨어있습니다.
고향을 이해하면 답이 보여요


우리가 라벤더를 키우면서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식물의 고향이 바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건조한 지중해의 석회암 절벽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라벤더는 뼛속까지 ‘건조함’과 ‘햇빛’을 사랑하도록 태어난 식물입니다. 우리나라의 덥고 습한 여름은 이 친구에게는 아주 힘든 시련의 계절일 수밖에 없죠.
우리가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이 거친 환경에서 온 친구를, 물을 좋아하는 일반적인 실내 식물처럼 대하는 것입니다. 촉촉한 흙, 서늘한 그늘, 잦은 물주기는 라벤더에게 “제발 아프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친구를 키우는 첫걸음은, 한국의 베란다를 지중해의 언덕처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최고의 선물, 뜨거운 햇살과 바람


당신이 라벤더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햇빛’과 ‘바람’입니다. 그 어떤 비싼 영양제보다도 이 친구에게는 하루 최소 6시간 이상, 직사광선이 그대로 내리쬐는 곳이 필요합니다. 햇빛이 부족하면 줄기가 힘없이 웃자라 쓰러지고, 보랏빛 꽃의 색도 옅어지며 향기도 약해집니다. 베란다에서 가장 해가 잘 드는 명당 자리를 꼭 이 친구에게 양보해 주세요.
햇빛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바람입니다. 특히 습도가 높은 우리나라 여름철에는 통풍이 라벤더의 생사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꽉 막힌 실내보다는 바람이 잘 통하는 창가나 베란다 걸이대에 자리를 잡아주세요. 잎 사이로 바람이 솔솔 지나다녀야 흙이 잘 마르고, 곰팡이병이나 무름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물주기의 기술, 흙을 말리는 무심함


라벤더를 떠나보내는 90%의 이유는 바로 ‘과습’입니다. “목마를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매일같이 물을 주는 것은 뿌리를 썩게 만드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라벤더는 약간의 목마름은 거뜬히 견뎌내지만, 축축한 흙 속에서는 단 며칠도 버티지 못합니다.
물을 주는 가장 정확한 타이밍은 화분 흙을 손가락으로 푹 찔러봤을 때, 속흙까지 완전히 말라 흙먼지가 날릴 정도일 때입니다. 겉흙이 말랐다고 바로 물을 주면 안 됩니다. 물을 줄 때는 한번 줄 때 화분 밑으로 물이 시원하게 흘러나올 때까지 흠뻑 주고, 그다음 물주기까지는 다시 흙이 바싹 마를 때까지 무심하게 기다려주세요.
풍성함을 위한 용감한 가위질


라벤더를 오래 키우다 보면 아랫부분의 줄기가 딱딱한 나무처럼 변하고(목질화), 모양이 엉성하게 헝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가지치기’입니다. 가지치기는 단순히 모양을 다듬는 것을 넘어, 통풍을 원활하게 하고 새순이 잘 돋아나 더 풍성한 꽃을 보도록 돕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가지치기는 꽃이 모두 피고 진 후와, 너무 추워지기 전인 가을, 그리고 새순이 돋아나는 이른 봄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체 크기의 3분의 1 정도를 다듬는다는 생각으로 잘라주되, 딱딱한 목질화 부분까지 너무 깊게 자르면 새순이 나오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피고 진 꽃대는 바로바로 잘라주어야 씨앗을 만드는 데 쓸 에너지를 아껴 새로운 꽃을 피우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힘든 여름을 이겨내는 지혜


앞서 말했듯, 고온다습한 우리나라의 장마철은 라벤더에게 가장 큰 고비입니다. 이 시기에는 평소보다 물주기를 더욱 아껴야 합니다. 비를 직접 맞지 않는 처마 밑이나 베란다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주고, 흙이 마르는 속도를 계속 확인하며 물 주는 간격을 평소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또한, 라벤더를 심을 때는 물 빠짐이 아주 좋은 흙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일반 분갈이 흙에 모래나 마사토, 펄라이트를 30~40% 정도 넉넉하게 섞어, 물을 주었을 때 아래로 바로 빠져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아래쪽 잎부터 까맣게 마르면서 죽어가요. 왜 그런가요?
A. 전형적인 ‘과습’과 ‘통풍 불량’의 신호입니다. 흙이 계속 축축하게 젖어있어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하고 썩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즉시 물주기를 중단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으로 옮겨 흙을 완전히 말려주어야 합니다.
Q. 실내에서 키워도 괜찮을까요?
A. 라벤더는 실내에서 키우기 매우 까다로운 식물입니다. 하루 종일 해가 드는 남향 창가가 아니라면 햇빛 부족으로 웃자라기 쉽습니다. 실내에서 꼭 키우고 싶다면, 식물 생장 LED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Q. 줄기가 나무처럼 딱딱해졌는데, 괜찮은 건가요?
A. 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라벤더는 여러해살이 관목 식물이라 자라면서 줄기 아랫부분이 나무처럼 단단하게 목질화됩니다. 이것은 식물이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라벤더 키우기 - 화분 물주기 가지치기 꽃 씨앗 꽃말 (종류) - 네이버 블로그
라벤더는 겉흙이 마르면 흙 속까지 확인 후 충분히 물을 주며, 가지치기는 갈색 대 바로 위에서 과감하게 하는 게 좋습니다. - 잉글리쉬 라벤더 수확 및 가지치기 방법 (물주기, 분갈이) - 네이버 블로그
개화 후 꽃대를 2~3마디 아래에서 잘라주고, 과습에 주의하며 2~3일 간격으로 물을 줍니다. - 라벤더 가지치기 방법-매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비결 - 티스토리
가지치기는 8월~9월에 하고, 갈색 대 위쪽을 과감히 잘라 청결하고 탄력 있게 키웁니다. - 라벤더 키우기 완전정복: 초보 홈가드닝 - 티스토리
물은 겉흙이 완전히 마른 후 흠뻑 주며, 비료는 봄과 가을에 적당량만 주는 게 좋습니다. - 해피블루, 모나라벤더 관리 이것만, 물주기/월동/병해충/삽목 - 유튜브
적절한 물주기와 가지치기, 병충해 관리법으로 장기간 건강하게 키우는 노하우를 제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