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5월, 사찰이나 공원을 걷다 보면 수국을 닮은 듯, 하얀 눈송이가 뭉친 듯한 탐스러운 꽃나무를 보고 감탄하게 됩니다. 그런데 얼마 뒤, 분명 비슷하게 생겼는데 어딘가 다른 분위기의 꽃나무를 보고 "어? 아까 본 그 나무랑 다른 건가?" 하며 고개를 갸웃했던 경험, 없으신가요?
'백당나무'와 '불두화'. 이 둘은 너무나 닮은 모습 때문에 많은 분이 헷갈려 하는 대표적인 '쌍둥이 나무'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둘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비밀은 꽃의 '구성원'과 가을의 '열매'에 숨어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오랜 궁금증을 단번에 해결해 줄 명쾌한 구별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실은 '가족', 하지만 다른 운명
가장 먼저 우리는 두 나무가 사실 '아주 가까운 가족'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불두화는 우리나라가 고향인 토종 나무 '백당나무'를, 사람이 꽃을 더 크고 화려하게 감상하기 위해 개량한 '원예 품종'입니다. 즉, 백당나무가 '엄마'라면, 불두화는 엄마의 좋은 유전자만 쏙 빼닮아 태어난 '딸'인 셈이죠.
이 때문에 잎사귀 모양이나, 나무의 전체적인 생김새가 매우 비슷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이 개량 과정에서 불두화에게서 아주 중요한 '능력' 하나를 빼앗아 갔습니다. 바로 이 차이점이, 두 나무를 구분하는 가장 결정적인 열쇠가 됩니다.
백당나무 꽃, '진짜'와 '가짜'가 함께 있다
헷갈리는 두 나무를 구분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엄마인 '백당나무'의 꽃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백당나무의 꽃은 사실 두 종류의 꽃이 함께 모여 하나의 큰 꽃차례를 이룹니다. 마치 접시의 가장자리를 따라 커다란 팝콘을 둘러놓고, 중앙에는 작은 깨를 뿌려놓은 듯한 모습이죠.
여기서 가장자리의 크고 화려한 흰 꽃은, 사실 씨앗을 맺지 못하는 '가짜 꽃(무성화)'입니다. 이 가짜 꽃의 임무는 오직 하나, 화려한 모습으로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간판' 역할입니다. 벌과 나비가 이 간판을 보고 날아오면, 중앙에 있는 아주 작고 평범한 모양의 '진짜 꽃(유성화)'들이 수정을 하여 열매를 맺게 됩니다.
불두화 꽃, '가짜 꽃'만 남아있다
이제 딸인 '불두화'의 꽃을 살펴볼까요? 불두화는 이름부터 '부처님의 머리(佛頭)'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름처럼, 꽃 전체가 크고 화려한 가짜 꽃들로만 이루어져, 아주 풍성하고 둥근 공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오직 감상을 위해, 수정을 담당하던 중앙의 작고 평범한 진짜 꽃들을 모두 없애고, 벌과 나비를 유혹하던 화려한 가짜 꽃들만 남도록 개량한 것입니다. 즉, 백당나무 꽃에서 '깨' 부분을 빼고, '팝콘' 부분만 가득 채워놓은 것이 바로 불두화입니다.
결정적 증거, 가을의 '붉은 열매'
이 두 꽃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시간이 흘러 가을이 되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수정을 담당할 '진짜 꽃'이 있는 백당나무는, 가을이 되면 그 자리에 영롱한 '붉은 루비' 같은 아름다운 열매를 주렁주렁 맺습니다.
하지만 '가짜 꽃'만으로 이루어진 불두화는 어떨까요? 당연히 수정을 할 수 없었으니,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가을에 나무를 다시 찾아갔을 때, 붉은 보석 같은 열매가 달려있다면 그 나무는 '백당나무'이고, 아무 열매 없이 잎만 무성하다면 그 나무는 '불두화'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두 나무를 100% 구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이제 당신도 식물 박사!
자, 이제 정리가 되셨나요? 하얗고 탐스러운 꽃을 만났을 때, 당황하지 말고 꽃의 중앙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가운데에 작은 진짜 꽃들이 보이면 백당나무, 전체가 크고 화려한 가짜 꽃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면 불두화인 것입니다.
이 간단한 구별법 하나만 기억한다면, 당신도 이제 주변 사람들에게 두 나무의 차이점을 자신 있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식물 박사가 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불두화는 그럼 어떻게 번식하나요?
A. 씨앗을 맺지 못하므로, 오직 '꺾꽂이(삽목)'나 '포기나누기'와 같은 사람의 도움을 통해서만 번식할 수 있습니다. 봄에 가지를 잘라 흙에 꽂아두면 뿌리를 내립니다.
Q. '수국'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좋은 질문입니다. 불두화와 수국은 꽃 모양이 매우 비슷해 헷갈리기 쉽습니다. 가장 쉬운 구별법은 '잎사귀' 모양입니다. 불두화와 백당나무의 잎은 세 갈래로 갈라져 단풍잎과 비슷하지만, 수국의 잎은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넓은 깻잎 모양입니다.
Q. 두 나무 모두 키우기 쉬운 편인가요?
A. 네, 둘 다 병충해에 강하고 우리나라 기후에 잘 적응하여,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는 나무입니다. 물을 좋아하므로 흙이 너무 마르지 않도록 관리해 주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심어주면 매년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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