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학교 화단을 새빨갛게 물들였던 꽃을 기억하시나요? 쉬는 시간이면 너도나도 달려가 길쭉한 꽃을 톡 따서 끝을 쪽 빨아먹던 그 달콤한 꿀맛의 추억. 바로 ‘사루비아’, 정확한 이름으로는 ‘살비아(Salvia)’입니다. 그 강렬한 추억의 색에 이끌려 작은 모종 하나를 집에 들였지만, 화단에서 보던 짱짱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키만 멀대처럼 크고 꽃은 듬성듬성 피다 시들어버려 실망했던 경험, 아마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추억의 꽃을 죽이지 않고 풍성하게 키우는 비결은 ‘넘치는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친구의 불꽃같은 본성을 이해하고, 뜨거운 ‘햇살’을 마음껏 선물하며 때로는 ‘용감한 가위질’로 다스려주는 것에 그 모든 해답이 숨어있습니다.
불꽃을 닮은 여름의 여왕


우리가 흔히 보는 붉은색 살비아는 사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브라질이 고향입니다. 이름 ‘Salvia’의 어원 또한 라틴어로 ‘건강하다, 치유하다’라는 뜻을 가질 만큼, 아주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식물이죠. 우리가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이 ‘여름의 여왕’을 일반적인 화초처럼 서늘한 그늘에서 곱게만 키우려 한다는 점입니다.
이 불꽃같은 식물을 제대로 키우기 위한 첫걸음은, ‘연약한 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태양의 에너지를 먹고 자라는 아이’라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조금은 거칠고 뜨거운 환경 속에서 오히려 더 짙고 선명한 붉은빛을 뽐내는 이 친구의 열정적인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최고의 영양제, 뜨거운 태양


당신이 살비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영양제는 바로 ‘햇빛’입니다. 그 어떤 비싼 비료보다도 이 친구에게는 하루 종일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이 필요합니다. 하루 최소 6시간 이상 직사광선을 직접 받을 수 있는 남향 베란다나 창가, 정원의 가장 양지바른 곳이 바로 이 친구를 위한 VIP석입니다.
만약 햇빛이 부족한 곳에서 자라게 되면, 식물은 빛을 찾아 위로만 급하게 자라느라 줄기가 가늘고 약해집니다. 이를 ‘웃자람’이라고 하죠. 이렇게 되면 꽃의 색도 옅어지고, 몇 송이 피지도 못한 채 비바람에 쉽게 쓰러져 버리고 맙니다. 짱짱하고 건강한 모습을 원하신다면, 햇살만큼은 절대 아끼지 마세요.
물주기의 핵심, 겉흙은 보송하게


이 강렬한 꽃을 떠나보내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과습’입니다. 특히 배수가 잘 안되는 흙에 심어놓고 매일같이 물을 주는 것은 뿌리를 질식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살비아는 약간의 건조함은 잘 견뎌내지만, 항상 축축하게 젖어있는 흙은 아주 싫어합니다.
물을 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분 흙을 직접 만져보는 것입니다. 손가락으로 흙을 만져봤을 때, 겉흙이 완전히 말라 보송보송하게 느껴질 때가 바로 물 줄 타이밍입니다. 물을 줄 때는 한번 줄 때 화분 밑으로 물이 흘러나올 때까지 흠뻑 주시고, 다음번 물주기까지는 다시 겉흙이 마를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주세요.
풍성한 꽃을 위한 용감한 이발


혹시 당신의 살비아가 키만 훌쩍 크고 꽃은 맨 위에만 몇 송이 달린다면, 그것은 ‘순지르기’라는 중요한 과정을 빼먹었기 때문입니다. 순지르기는 식물의 키 성장을 잠시 멈추게 하는 대신, 곁가지를 풍성하게 만들어 전체적으로 더 많은 꽃을 피우게 하는 마법 같은 ‘이발’입니다.
어린 모종이 15~20cm 정도로 자랐을 때, 용기를 내어 가장 꼭대기에 있는 새순을 손톱으로 톡 잘라주세요. 그러면 잘린 곳 아래 양옆에서 새로운 가지 두 개가 자라나 훨씬 풍성한 모양이 됩니다. 또한, 한번 피었다 진 꽃대는 바로바로 잘라내 주어야 그 옆에서 새로운 꽃대가 더 빨리 올라옵니다.
월동, 내년을 기약하는 법


우리가 흔히 화단에서 보는 붉은 살비아는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따뜻한 나라가 고향이라 서리를 맞으면 금세 얼어 죽고 말죠. 그래서 보통 한 해 동안 꽃을 보고 즐기는 ‘일년초’로 취급합니다.
하지만 내년에도 이 예쁜 꽃을 보고 싶다면 방법이 있습니다. 가을에 꽃이 지고 나면 씨앗이 까맣게 익는데, 이 씨앗을 잘 받아두었다가 다음 해 봄에 다시 뿌리면 됩니다. 혹은, 보라색 꽃이 피는 ‘체리 세이지’나 ‘블루 세이지’ 같은 여러해살이 살비아 품종을 키우면 매년 봄마다 새로운 싹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아래쪽 잎이 자꾸 노랗게 변하면서 떨어져요. 왜 그런가요?
A. 가장 유력한 원인은 ‘과습’과 ‘통풍 불량’입니다. 물을 너무 자주 주지 않았는지 확인해 보시고, 화분 아래쪽 잎들을 조금 솎아내어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해주세요. 햇빛이 부족할 때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입니다.
Q. 키만 크고 꽃이 잘 피지 않아요.
A. 십중팔구 ‘햇빛 부족’과 ‘순지르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해가 잘 드는 곳으로 옮겨주시고, 아직 키가 많이 크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맨 위 순을 잘라 곁가지가 나오도록 유도해 주세요.
Q. 꼭 붉은색 꽃만 있나요?
A.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붉은색 품종 외에도, 보라색, 분홍색, 흰색, 파란색 등 아주 다양한 색과 모양을 가진 살비아들이 있습니다. 특히 허브로도 쓰이는 ‘체리 세이지’나 ‘블루 세이지’는 여러해살이라 매년 꽃을 볼 수 있어 인기가 많습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살비아 (샐비어, 사루비아) - 장윤환! 내가 생각하는 조경은... - 티스토리
국내에서 인기 있는 숙근살비아 종류와 특징, 연중 감상 가능한 다년생으로 관리법을 소개합니다. - [식물] 샐비어 (Salvia : 사루비아, 깨꽃) - 네이버 블로그
반그늘의 점질양토에서 잘 자라며 2~3일에 한 번 물을 주고, 퇴비 및 비료 관리를 해야 합니다. - 살비아(일명;샐비아,사루비아)...(꽃말;불타는 정열) - 다음 카페
약용과 관상용으로 쓰이는 살비아는 피로 회복과 항염, 방부 효과도 있어 여러 용도로 활용됩니다. - 사루비아 꽃의 추억 - 브런치
주로 여름부터 가을까지 붉은 꽃을 피우며, 남아메리카 원산으로 주로 관상용으로 키웁니다. - 깨꽃을 닮은 정열적인 여름꽃 샐비어,사루비아 키우기 - 유튜브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고 3~4일 간격으로 물주기하며 적절히 가지치기를 해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