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한 긴 목대 끝에 신비로운 보랏빛 레이스 공을 얹은 듯한 모습의 솔체꽃. 그 우아하고 여리여리한 자태는 보는 이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숨어있죠. 바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여름 장마가 시작되면, 힘없이 쓰러져버리는 가녀린 줄기입니다. 정성껏 키운 꽃대가 땅바닥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 속상함을 넘어 허탈함까지 밀려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안타까운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은 바로 '순지르기(적심)'입니다.
이 글은 여러분의 솔체꽃이 거센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강철 체력'을 갖추고, 꽃의 수를 두 배, 세 배로 늘리는 마법 같은 비밀을 알려드리는 가장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왜 자꾸 쓰러지는 걸까?
많은 초보 정원사들이 솔체꽃이 쓰러지는 이유를 단순히 '줄기가 약해서'라고만 생각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식물이 '위로만' 자라려는 성질에 있습니다. 그대로 두면 솔체꽃은 모든 에너지를 단 하나의 중심 줄기를 키가 크고 외롭게 만드는 데 쏟아붓습니다. 이렇게 가늘고 길게 자란 줄기는 자신의 머리(꽃) 무게조차 감당하기 힘들어, 작은 비바람에도 쉽게 꺾이거나 쓰러져 버리는 것이죠.
지지대를 세워주는 것도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식물이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도록, 키를 낮추고 몸을 단단하게 만들도록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그 훈련법이 바로 '순지르기'입니다.
순지르기, 그게 뭔가요?
'순지르기' 또는 '적심'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식물이 한창 자랄 때, 맨 위쪽의 새순(생장점)을 손톱이나 소독한 가위로 '톡' 하고 잘라내는 작업입니다. "꽃을 보려고 키우는데, 왜 멀쩡한 순을 잘라내야 하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 작은 희생은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옵니다. 위로 솟구치려던 성장 에너지는 갈 곳을 잃고, 아래쪽 잎겨드랑이에 숨어있던 곁가지들로 분산되기 시작합니다. 이는 마치 하나의 큰 나무를 잘랐더니 그 자리에서 여러 개의 작은 나무가 돋아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마법의 타이밍, 언제 잘라야 할까?
가지치기의 효과를 100% 보기 위해서는 '언제' 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너무 늦게 자르면 그해 꽃을 보지 못하는 슬픈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죠. 솔체꽃의 순지르기 황금기는 바로 식물이 땅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고 왕성하게 성장하는 '늦봄'입니다. 보통 4월 말에서 5월 중순 사이, 식물의 키가 20~30cm 정도 자랐을 때가 첫 번째 순지르기를 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입니다.
이때 한번 잘라주고, 잘라낸 줄기 아래에서 나온 곁가지들이 다시 15~20cm 정도 자라면 한 번 더 끝순을 잘라주는 방식으로, 늦어도 6월 중순까지는 모든 순지르기 작업을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늦게까지 계속하면 꽃눈이 생길 시간을 빼앗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어떻게 잘라야 할까? (실전 가이드)
"어디를, 얼마나 잘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초보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솔체꽃은 생명력이 아주 강해서 조금 과감하게 잘라주어도 괜찮으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가장 쉬운 방법은 전체 식물의 키를 기준으로 위에서 1/3 지점을 과감하게 싹둑 잘라내는 것입니다.
한 줄기 한 줄기 정성 들여 자를 필요 없이, 여러 줄기를 한 번에 잡고 평평하게 잘라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렇게 잘라주면 식물은 키가 낮아지면서도, 곁가지가 풍성하게 발달하여 아주 촘촘하고 다부진 형태로 자라게 됩니다. 이렇게 튼튼하게 다져진 기초 공사 덕분에, 여름 장마철에도 쓰러지지 않고 꼿꼿하게 버틸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순지르기가 주는 또 다른 선물
순지르기는 단순히 쓰러짐을 방지하는 것 이상의 놀라운 선물을 우리에게 안겨줍니다. 바로 '꽃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외로운 꽃대가 올라올 자리에, 순지르기를 통해 곁가지가 4~5개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 늘어난 가지의 끝마다 꽃이 핀다고 생각하면, 왜 이것이 '마법'이라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모든 꽃이 한 번에 피고 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가지들이 시차를 두고 꽃을 피우기 때문에 개화 기간이 훨씬 길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조금 더 작지만 훨씬 더 많은 꽃송이가, 더 오랫동안 정원을 아름답게 수놓게 되는 셈이죠.
자주 묻는 질문 (FAQ)
Q. 순지르기를 안 하면 정말 꽃이 안 피나요?
A. 아니요, 꽃은 핍니다. 다만, 키가 훌쩍 큰 외로운 꽃대 하나가 올라와 비바람에 쉽게 쓰러지고, 꽃의 수도 훨씬 적습니다. 풍성하고 튼튼한 꽃을 보기 위해서는 순지르기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이미 너무 크게 자라서 쓰러졌는데, 지금이라도 잘라줘도 될까요?
A. 꽃이 피기 전인 초여름이라면, 쓰러진 줄기들을 과감하게 절반 정도로 잘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비록 첫 꽃을 보는 시기는 조금 늦어지겠지만, 잘라낸 자리에서 새순이 돋아나 늦여름과 가을에 훨씬 더 단정하고 풍성한 모습으로 꽃을 즐길 수 있습니다.
Q. 자른 줄기는 그냥 버려야 하나요?
A. 아닙니다! 솔체꽃은 번식력이 아주 강해서 잘라낸 줄기를 흙에 꽂아두기만 해도 뿌리를 내리는 '삽목(꺾꽂이)'이 아주 잘 됩니다. 잘라낸 줄기 중 튼튼한 것을 골라 아래쪽 잎을 떼어내고 물꽂이를 하거나, 바로 흙에 꽂아두면 새로운 개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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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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