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나 작은 텃밭에 화사한 색감을 더하고 싶지만, ‘나는 식물만 키우면 죽이는 똥손인데…’ 하며 시작도 전에 포기하고 계신가요? 식물 키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분들을 위해, 실패하려야 할 수 없는 아주 기특한 꽃을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만수국(메리골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이 꽃을 성공적으로 키우는 비결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이 식물이 가진 ‘놀라운 생명력’을 믿고 최소한의 기본만 지켜주는 것입니다. 씨앗 한 알에서 시작해 늦가을까지 끊임없이 피어나는 꽃을 보며, 여러분도 ‘금손’이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 그 모든 과정을 A부터 Z까지 알려드릴게요.
스스로 자라는 꽃? 만수국의 놀라운 생명력
만수국은 ‘메리골드’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며, 우리 주변 화단이나 길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입니다. 이렇게 어디서나 잘 자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병충해에 강하고, 웬만한 가뭄이나 척박한 땅에도 잘 견디는 아주 튼튼한 생명력을 가졌기 때문이죠.
이 강인한 꽃은 심지어 다른 식물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디가드 역할도 합니다. 뿌리에서 나오는 특별한 성분과 특유의 향이 흙 속의 해충이나 벌레들이 싫어하는 천연 살충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텃밭에 다른 채소와 함께 심으면, 농약 없이도 건강한 텃밭을 만드는 최고의 해결책이 되어줍니다.
씨앗 뿌리기, 이렇게 쉽다고?
이 기특한 꽃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씨앗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길쭉한 씨앗은 발아율이 매우 높아, 흙에 심어주기만 하면 거의 100% 싹을 틔웁니다. 파종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마지막 꽃샘추위가 완전히 끝난 4월 말에서 5월입니다.
텃밭이나 화분에 씨앗을 5~10cm 간격으로 놓고, 씨앗이 보일 듯 말 듯 흙을 얇게 덮어주기만 하면 파종은 끝입니다. 그 후 흙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충분히 뿌려주면, 일주일 안에 귀여운 새싹들이 고개를 내미는 신기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을 겁니다.
햇빛과 물, 이것만 기억하세요
만수국을 키우면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코 ‘햇빛’입니다. 이 꽃은 햇빛을 정말 사랑해서, 하루 최소 5~6시간 이상 해가 드는 곳에서 키워야 꽃을 풍성하게 피워냅니다. 햇빛이 부족하면 키만 멀대처럼 크고 꽃이 잘 피지 않으니, 집에서 가장 양지바른 명당을 내어주세요.
물 주기는 모든 식물 키우기의 기본 원칙을 따르면 됩니다. 바로 ‘화분 겉흙이 말랐을 때, 흠뻑 주기’입니다. 며칠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주기보다는, 흙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주는 것이 과습으로 인한 뿌리 썩음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튼튼한 식물이라 며칠 물 주는 것을 잊어도 쉽게 시들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더 풍성하게, 순지르기의 마법
꽃을 더 많이, 그리고 더 오랫동안 보고 싶다면 아주 간단한 마법을 부려볼 수 있습니다. 바로 ‘순지르기(곁순따기)’입니다. 식물이 어느 정도 자라났을 때(약 15~20cm), 가장 위쪽에 있는 생장점을 손으로 톡 하고 잘라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위로만 쑥 자라던 에너지가 양옆으로 분산되어, 곁가지가 두세 개씩 풍성하게 자라나게 됩니다. 가지가 많아지니 당연히 꽃도 두세 배로 많이 피겠죠? 또한, 피고 진 꽃대를 바로바로 잘라주는 것도 새로운 꽃이 계속 피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아주 중요한 관리 비법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꽃, 씨앗 받기
늦가을,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만수국은 서서히 생을 마감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 기특한 꽃은 내년에 다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씨앗’이라는 선물을 남겨줍니다.
꽃이 활짝 폈다가 시들고 난 뒤, 꽃대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두면 꽃받침 부분이 갈색으로 바싹 마릅니다. 이때 꽃받침을 살살 벌려보면, 그 안에 까맣고 길쭉한 씨앗들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이 씨앗들을 잘 모아 신문지에 싸서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했다가, 다음 해 봄에 다시 심으면 또다시 아름다운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아래쪽 잎이 자꾸 노랗게 변해요.
A. 가장 흔한 원인은 ‘과습’ 또는 ‘통풍 불량’입니다. 물을 너무 자주 주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잎이 너무 빽빽하게 자랐다면 아래쪽 잎들을 조금 솎아내어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해주세요.
Q. 비료를 줘야 하나요?
A. 만수국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굳이 비료를 많이 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꽃은 피지 않고 잎만 무성해지는 ‘웃자람’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Q. 꽃이 피었는데 생각보다 작아요.
A. 만수국은 키가 큰 ‘아프리칸 메리골드(천수국)’와 키가 작은 ‘프렌치 메리골드(만수국)’ 등 품종이 매우 다양합니다. 아마 키가 작게 자라는 품종의 씨앗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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