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화단에서 시원하게 뻗은 넓은 잎, 여름날 청초하게 피어나는 보랏빛 혹은 흰색 꽃. '옥잠화'와 '비비추'는 그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 풀이 그 풀 아니야?" 라며 헷갈려 하는 대표적인 식물입니다. 심지어 꽃집에서조차 이름을 혼용해서 파는 경우가 많죠.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둘은 같은 '비비추속(Hosta)' 식물에 속하는 아주 가까운 '사촌'은 맞지만, 엄연히 다른 매력을 가진 '별개의 식물'입니다. 잎의 모양과 꽃의 향기, 단 두 가지만 기억하면 당신도 오늘부터 이 두 식물을 완벽하게 구별하는 식물 박사가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구별법, '잎 모양'을 보세요
두 식물을 구별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바로 '잎의 모양'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다른 계절에는 꽃이 없어도 잎만으로 충분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옥잠화'의 잎은 전체적으로 넓은 달걀 모양에 가깝고, 잎 끝이 뾰족하기보다는 비교적 둥글게 마무리되는 느낌을 줍니다. 잎맥이 깊고 선명하며, 표면은 반질반질한 광택이 돌아 더욱 싱그러워 보입니다. 반면, '비비추'의 잎은 옥잠화보다 폭이 좁고 긴 타원형이며, 잎 끝이 훨씬 더 날렵하고 뾰족하게 빠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광택도 옥잠화보다 덜한 편입니다.
결정적인 차이, '꽃의 향기'를 맡아보세요
만약 여름에 꽃이 피어있다면, 구별은 훨씬 더 쉬워집니다. 바로 '향기의 유무'라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옥잠화(玉簪花)'는 이름 그대로 '옥으로 만든 비녀'처럼 생긴 아름다운 흰색 꽃을 피우는데, 이 꽃에서는 아주 달콤하고 그윽한 향기가 납니다. 특히 해가 지는 저녁 무렵이면 그 향이 더욱 진해져, 정원 전체를 향기로 채울 정도입니다.
반면, '비비추'의 연보랏빛 꽃에서는 아쉽게도 거의 아무런 향기가 나지 않습니다. 꽃의 모양도 옥잠화처럼 크고 화려하기보다는, 조금 더 작고 소박한 느낌을 줍니다. 꽃에 코를 가까이 대어 향긋한 냄새가 난다면 옥잠화, 아무 향이 없다면 비비추라고 생각하면 99% 정확합니다.
정원의 주인공 vs 든든한 조연
이러한 특징의 차이는 정원에서의 역할 차이로도 이어집니다. '옥잠화'는 크고 풍성한 잎과 향기로운 흰 꽃 덕분에, 단 몇 포기만 심어도 그 자체로 시선을 사로잡는 '주인공' 역할을 훌륭하게 해냅니다. 정원의 한가운데나 현관 입구처럼 눈에 잘 띄는 곳에 심으면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반면, '비비추'는 옥잠화보다 키가 작고 소박하며, 특히 다양한 잎 무늬를 가진 원예 품종이 많아 다른 식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든든한 조연' 역할에 더 잘 어울립니다. 나무 아래의 넓은 그늘을 촘촘하게 덮어주거나, 키가 큰 식물들 앞쪽에 심어 정원에 안정감을 더해주는 지피식물로서의 능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원조는 우리 것, '토종'과 '외래종'
두 식물은 태어난 고향도 조금 다릅니다. '비비추'는 우리나라 전국의 산과 들에서 자생하던 순수한 '토종 야생화'입니다. 반면, '옥잠화'는 중국에서 들어온 '외래종'이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정원에서 길러져 이제는 거의 토종 식물처럼 친숙해진 친구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정원에서 만나는 수천 가지의 화려한 원예용 비비추(호스타, Hosta) 품종들은, 사실 우리나라의 토종 비비추와 옥잠화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여러 종들을 서양에서 개량하여 다시 역수입한 것입니다. 그 화려함의 뿌리에는 우리 땅의 소박한 비비추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이 식물들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겁니다.
어디에 심든, '반그늘'을 좋아해요
역할과 매력은 다르지만, 이 두 사촌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양지보다는, '밝은 그늘(반음지)'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큰 나무 아래나 건물의 북쪽처럼, 하루 중 몇 시간만 해가 들거나 은은하게 빛이 드는 곳에 심었을 때 잎이 타지 않고 가장 싱싱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둘 다 한번 뿌리를 내리면 추위에 매우 강해 특별한 관리 없이도 겨울을 나고,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새순을 올리는 아주 기특한 식물입니다. 병충해도 거의 없어, 심어만 두면 알아서 잘 자라는 '게으른 정원사'에게 최고의 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잎에 무늬가 있는 것도 옥잠화인가요?
A. 잎에 흰색이나 황금색 줄무늬가 있는 것들은 대부분 '비비추'의 원예 품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옥잠화는 거의 대부분이 무늬 없는 짙은 녹색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어린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던데, 둘 다 가능한가요?
A. 네, 우리나라의 토종 비비추와 옥잠화의 어린잎은 예로부터 '지장가'라는 이름의 쌈 채소나 나물로 즐겨 먹었습니다. 하지만 원예용으로 개량된 모든 품종이 식용에 안전한 것은 아니므로, 식용 목적으로 키우실 때는 반드시 토종 품종인지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꽃 색깔로도 구분이 가능한가요?
A.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옥잠화는 거의 대부분 순백색의 꽃을 피우는 반면, 비비추는 연보라색에서 진보라색까지 다양한 보랏빛 꽃을 피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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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잠화와 비비추가 꽃 피기 전에는 구별하기 어렵지만 번식력과 군락 형성 차이 등 실제 키우기 관점에서 비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