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프릴 드레스를 입은 듯, 탐스럽고 기품 있는 꽃송이. 제라늄 중에서도 '여왕'이라 불리는 '리갈제라늄'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반해, 설레는 마음으로 화분을 들이셨을 겁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풍성한 꽃다발을 기대했던 화분에는 깻잎처럼 생긴 잎사귀만 무성할 뿐, 정작 기다리던 꽃봉오리는 감감무소식이라 속상하신가요?
안심하세요. 당신의 정성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이 화려한 여왕님은 다른 제라늄들과는 다른, 아주 특별하고 까다로운 '개화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당신의 리갈제라늄이 꽃을 피우지 않는 이유는, 춥고 배고픈 '시련의 시간'을 겪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리갈제라늄'은 어떤 제라늄일까?
꽃을 피우는 비법을 알기 전에, 우리는 먼저 리갈제라늄이 다른 제라늄들과 어떻게 다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제라늄'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조날 제라늄'으로, 일 년 내내 적당한 햇빛과 물만 있으면 순둥이처럼 꽃을 피웁니다.
하지만 '리갈(Regal, 왕족의)'이라는 이름처럼, 리갈제라늄은 훨씬 더 크고 화려한 꽃을 자랑하는 대신, 성격은 훨씬 더 까다롭습니다. 특히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온 처리'라는 이름의 특별한 계절적 이벤트를 겪어야만 합니다.
꽃을 피우는 스위치, '저온 처리'
리갈제라늄이 꽃을 피우지 않는 가장 흔하고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저온 처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리갈제라늄은 따뜻하기만 한 환경에서는 꽃눈을 만들지 않고 잎만 계속 키워내는 '영양 생장'만 계속합니다. 꽃을 피우는 '생식 생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 기간 '서늘한 추위'에 노출되어야만 합니다.
이는 식물에게 "아, 이제 추운 겨울이 왔구나. 곧 따뜻한 봄이 올 테니, 어서 꽃을 피울 준비를 해야겠다!" 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이 '겨울잠'과도 같은 시련의 시간이 없다면, 리갈제라늄은 봄이 온 것을 알지 못해 꽃을 피울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입니다.
'겨울잠' 재우는 법
그렇다면 어떻게 이 추위를 경험하게 해줄 수 있을까요? 가을부터 겨울까지, 화분을 밤 기온이 5~10℃ 정도로 유지되는 서늘한 베란다에 내놓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너무 따뜻한 거실에만 두면, 리갈제라늄은 일 년 내내 여름인 줄 알고 잎만 키우게 됩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물 주는 횟수도 대폭 줄여, 흙이 거의 말랐을 때 한 번씩만 주어 약간의 '목마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약 한두 달간의 '춥고 배고픈' 시간을 견뎌내야만, 비로소 리갈제라늄은 잠에서 깨어나 꽃눈을 만들 준비를 시작합니다.
과도한 사랑, '질소 비료'의 함정
두 번째로 흔한 실수는 바로 '과도한 영양 공급', 특히 '질소(N)' 성분이 높은 비료를 주는 것입니다. 질소는 식물의 '잎'과 '줄기'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영양소입니다.
질소가 너무 과하면, 리갈제라늄은 꽃을 피우는 데 쓸 에너지를 모두 잎을 키우는 데 사용해 버립니다. 꽃을 보고 싶다면, 봄철에 꽃눈 형성에 도움이 되는 '인(P)'과 '칼륨(K)' 성분이 높은 '개화용 비료'를 소량 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잎만 무성하다"면, 혹시 내가 너무 많은 비료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봐야 합니다.
햇빛은 '보약', 그러나 한여름은 '독약'
모든 꽃피는 식물과 마찬가지로, 리갈제라늄 역시 '햇빛'을 아주 사랑합니다. 하루 최소 5~6시간 이상의 충분한 햇빛을 받아야만, 광합성을 통해 꽃을 피울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햇빛이 부족하면 꽃대가 올라오지 않거나, 꽃봉오리가 맺혔다가도 힘없이 떨어져 버릴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리갈제라늄은 다른 제라늄에 비해 '고온다습'한 우리나라의 한여름을 매우 힘들어합니다. 쨍쨍 내리쬐는 여름의 직사광선은 오히려 잎을 타게 하고 식물을 지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여름철에는 밝은 '반그늘'로 자리를 옮겨주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가지치기는 언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리갈제라늄의 가지치기는 '꽃이 모두 지고 난 직후'에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늦가을이나 겨울에 가지를 자르면, 이미 만들어졌을지도 모를 꽃눈까지 함께 잘라낼 위험이 있습니다. 꽃이 진 가지와, 너무 길게 자라거나 엉킨 가지들을 정리해주면, 다음 해 더 풍성한 수형으로 자라납니다.
Q. 여름에 잎이 다 시들고 죽어가는 것 같아요.
A. 죽은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갈제라늄은 고온다습한 여름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 잎을 떨어뜨리고 '휴면(여름잠)'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물 주기를 대폭 줄이고,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쉬게 해주면, 가을에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어김없이 새순을 밀어 올릴 것입니다.
Q. 번식은 어떻게 시키나요?
A. 봄이나 가을에, 꽃이 피지 않은 건강한 줄기를 잘라 물 빠짐이 좋은 흙에 꽂아두는 '삽목(꺾꽂이)'으로 쉽게 번식시킬 수 있습니다. 물꽂이보다는 흙꽂이의 성공률이 더 높은 편입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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