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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나무, 왜 이렇게 무섭고 큰 가시가 있을까?

by 녹초록 2025.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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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나무, 왜 이렇게 무섭고 큰 가시가 있을까?
주엽나무, 왜 이렇게 무섭고 큰 가시가 있을까?

 

공원이나 오래된 궁궐을 거닐다 보면, 온몸에 흉측하고 날카로운 가시를 갑옷처럼 두른 나무를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바로 '주엽나무'입니다. 줄기는 물론, 굵은 원줄기에까지 돋아난, 창처럼 길고 뾰족한 가시를 보면 "대체 이 나무는 왜 이렇게까지 무장을 해야 했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왠지 모를 위압감마저 느껴집니다.

다람쥐나 작은 새들을 막기 위함이라고 하기엔 너무 과한 무장. 이 나무의 가시가 이토록 무섭고 거대해진 데에는 아주 특별하고 오래된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가시 갑옷의 상대는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작은 동물들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은 사라져버린 '거대한 고대의 초식동물'을 향한, 위대한 '진화의 흔적'입니다.

 

온몸을 뒤덮은 날카로운 갑옷

온몸을 뒤덮은 날카로운 갑옷온몸을 뒤덮은 날카로운 갑옷
온몸을 뒤덮은 날카로운 갑옷

 

주엽나무의 가시를 처음 마주하면 누구나 그 기세에 압도됩니다. 장미 가시처럼 작고 귀여운 수준이 아닙니다. 굵은 원줄기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져 10cm가 넘게 자라나는 이 가시는, 그야말로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 무시무시한 무기는 단순히 가지 끝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가장 중요한 기둥인 원줄기까지 빽빽하게 뒤덮고 있습니다. 이는 나무의 연한 껍질이나 새순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나무의 존재 자체를 지키기 위한 완벽한 방어 시스템인 셈이죠. 이처럼 완벽한 갑옷을 갖추게 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아주 먼 과거로 되돌려야 합니다.

 

오늘의 적이 아닌, '사라진 거인'을 향한 방어

오늘의 적이 아닌, '사라진 거인'을 향한 방어오늘의 적이 아닌, '사라진 거인'을 향한 방어
오늘의 적이 아닌, '사라진 거인'을 향한 방어

 

이 무시무시한 가시의 진짜 목표는 오늘날 우리가 숲에서 만나는 노루나 고라니가 아닙니다. 이들의 진짜 상대는 바로 수만 년 전, 이 땅을 활보했던 '거대 초식동물'들이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매머드나, 땅 나무늘보, 거대한 코뿔소 같은 동물들을 상상해 보세요.

이 거인들에게 웬만한 나무의 작은 가시는 간지러울 뿐이었을 겁니다. 이들은 거대한 덩치와 힘으로 나무껍질을 벗겨 먹거나, 나뭇가지를 통째로 부러뜨려 잎을 먹었을 것입니다. 바로 이때, 주엽나무의 크고 단단하며, 여러 갈래로 갈라진 창 같은 가시는 이 거인들의 두꺼운 피부와 긴 혀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무기였습니다.

 

진화의 흔적, '시대착오적 갑옷'

진화의 흔적, '시대착오적 갑옷'진화의 흔적, '시대착오적 갑옷'
진화의 흔적, '시대착오적 갑옷'

 

하지만 빙하기가 끝나고 기후가 변하면서, 주엽나무를 위협하던 대부분의 거대 초식동물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이토록 강력한 갑옷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온 것이죠. 하지만 식물의 진화는 동물의 진화보다 훨씬 더 느리게 일어납니다.

결국 주엽나무는 자신을 위협하던 적은 사라졌지만, 그들을 막기 위해 수만 년에 걸쳐 만들어온 방어 무기는 그대로 간직한 채 현재를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진화의 유령(Ghost of evolution)' 혹은 '시대착오적 적응'이라고 부릅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주엽나무의 가시는, 아주 먼 옛날 치열했던 생존 경쟁의 흔적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화석인 셈입니다.

 

가시 없는 나무도 있다?

가시 없는 나무도 있다?가시 없는 나무도 있다?
가시 없는 나무도 있다?

 

"공원에서 본 주엽나무는 가시가 없던데요?" 네, 맞습니다. 최근 공원이나 아파트 조경수로 심겨 있는 주엽나무 중에는 가시가 없는 매끈한 나무들이 많습니다. 이 나무들은 '민주엽나무' 또는 '가시 없는 주엽나무'라고 불리는 품종입니다.

사람들이 보기에 가시가 너무 위협적이고 위험하기 때문에, 조경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시가 없는 개체들만 골라 번식시킨 원예 품종인 셈이죠. 이처럼 우리의 필요에 의해 갑옷을 벗게 된 민주엽나무와, 야생의 치열한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가시 돋친 주엽나무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찰 포인트가 됩니다.

 

가시 뒤에 숨겨진 반전 매력

가시 뒤에 숨겨진 반전 매력가시 뒤에 숨겨진 반전 매력
가시 뒤에 숨겨진 반전 매력

 

이처럼 무시무시한 첫인상과 달리, 주엽나무는 알고 보면 아주 많은 매력을 가진 나무입니다. 가시 뒤에 숨겨진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요? 여름이면 아카시나무를 닮은 잘고 예쁜 잎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이면 거대한 콩깍지 모양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립니다.

이 열매의 꼬투리를 비틀면 비누처럼 거품이 난다고 해서 '조각자나무', 혹은 '쥐엄나무'라고도 불렸는데, 실제로 과거에는 이 열매를 빻아 천연 세제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또한, 이 나무의 가시는 '조각자'라는 이름의 중요한 한약재로도 쓰였습니다. 무서운 갑옷 뒤에, 우리에게 이로움을 주는 부드러움을 숨기고 있었던 셈이죠.

 

자주 묻는 질문 (F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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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나무, 왜 이렇게 무섭고 큰 가시가 있을까?

 

Q. 주엽나무 가시에 찔리면 독이 있나요?
A. 아니요, 주엽나무 가시 자체에는 독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시가 매우 단단하고 날카로워 깊은 상처를 입을 수 있으며, 상처를 통해 흙 속의 세균이 들어가 파상풍 같은 2차 감염의 위험이 있으니 절대 함부로 만지거나 장난치면 안 됩니다.

 

Q. 모든 주엽나무는 가시가 있나요?
A. 아닙니다. 앞서 설명했듯, 가시가 없는 '민주엽나무(Gleditsia japonica var. inermis)'라는 품종이 있으며, 조경수로는 이 품종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Q. 이 나무는 어디서 주로 볼 수 있나요?
A. 우리나라 전국의 산기슭이나 마을 주변에서 자생하며, 특히 오래된 서원이나 향교, 궁궐 등에서 거대한 노거수로 만날 수 있습니다. 서울 창덕궁이나 경복궁에서도 멋진 주엽나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엽나무의 특징, 한 페이지로 끝내는 완벽 가이드

 

주엽나무의 특징, 한 페이지로 끝내는 완벽 가이드

마치 갑옷을 입은 장군처럼, 나무줄기 전체에 무시무시한 가시를 달고 있는 나무를 보신 적 있나요? 가을이면 거대하고 비틀린 콩깍지를 주렁주렁 매달아 놓아, "이 나무는 대체 정체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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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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