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어탕에 화룡점정을 찍는 알싸한 향기의 주인공, 초피나무. 그 독특한 매력에 빠져 텃밭 한편에 심어두고 열매를 기다리지만, 어느새 제멋대로 자라 우거진 가시덤불이 되어버려 난감하셨던 경험 없으신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향신료 나무를 보기 좋고 수확도 쉬운 ‘보물 나무’로 만드는 비결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꾸준한 관심과 가위질’에 있습니다.
‘멀쩡한 가지를 잘라내면 나무가 아파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손도 대지 못하고 계셨다면, 오늘 이 글이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줄 것입니다. 사람도 어릴 때 좋은 습관을 들여야 바르게 자라듯, 나무 역시 어릴 때의 관리가 평생의 모습을 결정합니다. 제가 직접 겪으며 터득한, 초피나무의 평생 수형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의 관리법을 알려드릴게요.
왜 가지치기가 선택이 아닌 필수일까?


초피나무는 본래 아무렇게나 자라려는 야생성이 아주 강한 나무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땅에서부터 여러 개의 줄기가 어지럽게 솟아나고, 가지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빽빽한 덤불을 이루기 쉽습니다. 이렇게 되면 나무 안쪽까지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고 바람도 통하지 않게 되죠.
이러한 환경은 병충해가 발생하기 딱 좋은 조건이 됩니다. 또한, 안쪽 가지들은 햇빛을 받지 못해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고, 뾰족한 가시들 때문에 수확할 때마다 고역을 치르게 됩니다. 따라서 아름다운 나무 모양을 만드는 것을 넘어, 건강하고 풍성한 열매를 얻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가지 정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정입니다.
첫 가위질, 나무의 미래를 결정해요


초피나무의 평생 수형은 심고 난 첫 1~2년, 바로 ‘어린 나무일 때’의 첫 가위질에서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됩니다. 이때 우리는 나무를 어떤 모양으로 키울지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가장 일반적이고 관리하기 쉬운 방법은, 땅에서 솟아난 여러 줄기 중 가장 튼튼하고 곧은 녀석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잘라내어 ‘외대’로 키우는 것입니다.
묘목을 심은 첫해나 이듬해 봄, 땅에서부터 약 30~50cm 높이에서 과감하게 나무의 윗부분을 잘라주세요. 이렇게 생장점을 잘라주면, 그 아래쪽의 눈에서 새로운 곁가지들이 돋아나기 시작합니다. 이 중에서 튼튼한 가지 3~4개를 사방으로 골고루 남겨 나무의 첫 번째 뼈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름다운 수형을 위한 가장 중요한 첫 단추입니다.
공간 만들기, 솎아내는 기술


기본적인 뼈대가 잡혔다면, 그 이후의 관리는 ‘공간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쉽습니다. 매년 나무가 잠자는 늦겨울이나 이른 봄(휴면기)에, 불필요한 가지들을 솎아내어 나무 전체가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주로 잘라내야 할 가지들은 정해져 있습니다. 나무 안쪽을 향해 자라는 가지, 다른 가지와 서로 겹치거나 부딪히는 가지, 너무 약하거나 말라죽은 가지, 그리고 땅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어린 싹(흡지)들입니다. 이렇게 속을 비워주면 햇빛이 나무 깊숙이까지 들어차고, 바람길이 열려 병충해를 예방하고 안쪽 가지에서도 실한 열매가 열리게 됩니다.
삐죽삐죽 솟는 새순, 두려워 마세요


봄부터 여름 사이, 왕성한 성장기가 되면 하늘을 향해 창처럼 삐죽삐죽 솟아오르는 아주 굵고 힘찬 새순들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이 ‘웃자람가지(도장지)’는 보기에는 튼튼해 보이지만, 나무의 영양분만 잔뜩 빼앗아 먹을 뿐 열매는 잘 맺지 않고 나무 모양만 망가뜨리는 주범입니다.
이 불필요한 가지들은 발견하는 즉시, 손으로 떼어내거나 가위로 잘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아까워할 필요 없습니다. 이 왕성한 가지들을 제거해 주어야만, 나무는 비로소 그 에너지를 열매를 맺고 살찌우는 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결국, 어릴 때 시작해야 하는 이유


결론적으로, 초피나무의 수형 관리가 ‘어릴 때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사람의 손가락 굵기만 한 어린 가지를 자르는 것은 나무에게 작은 상처만 남기고 금방 아물지만, 어른의 팔뚝만 하게 자라버린 굵은 가지를 톱으로 잘라내는 것은 나무에게 아주 큰 수술이자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굵은 가지를 잘라낸 큰 상처는 병균이 침투하는 통로가 될 수 있고, 나무의 전체적인 세력을 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매년 조금씩, 꾸준히 관리해 주는 것이 나무와 사람 모두에게 가장 쉽고 안전하며, 결국에는 가장 아름답고 건강한 나무를 만드는 유일한 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가지치기는 언제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요?
A. 나무의 전체적인 모양을 잡는 ‘주된 가지치기’는 나무가 잠자는 시기인 늦가을부터 이른 봄(11월~3월) 사이에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늘로 솟구치는 웃자람가지를 제거하는 ‘여름 가지치기’는 성장기인 5~7월 사이에 수시로 해주면 됩니다.
Q. 가시가 너무 아픈데, 안전하게 작업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A. 네, 반드시 두꺼운 가죽 장갑이나 가시 방지용 장갑을 착용하고 작업해야 합니다. 또한, 잘라낸 가시 달린 가지는 그냥 버리지 말고 잘게 잘라 나무 주변에 뿌려두면, 고양이나 다른 동물들이 나무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Q. 초피나무와 산초나무는 어떻게 다른가요?
A. 흔히 혼동하지만 다른 나무입니다.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가시의 모양입니다. 가지에 달린 가시가 서로 마주 보고 쌍으로 나면 ‘초피나무’, 가시가 서로 어긋나게 하나씩 나면 ‘산초나무’입니다. 우리가 추어탕에 넣어 먹는 것은 주로 초피나무의 열매 껍질입니다.
초보 농부 필독! 초피나무 키우기 A to Z (묘목 심기부터 열매 수확까지)
초보 농부 필독! 초피나무 키우기 A to Z (묘목 심기부터 열매 수확까지)
추어탕이나 매운탕에 화룡점정을 찍는, 혀끝을 짜릿하게 만드는 그 독특한 향의 주인공. 바로 '초피나무' 열매입니다. 한번 그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이 토종 향신료를 직접 내 손으로
tes.sstory.kr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초피나무 - 경상남도산림환경연구원 PDF
이식 2년차부터 주지(주된 가지)를 30cm만 남기고 잘라 3~4개의 곁가지 유도, 어린 시기부터 반복 전정하면 수형이 바르고 과실수확도 쉬워진다. - 초피나무 재배 성공의 지름길: 씨앗 심기부터 묘목 관리까지 - 네이버 블로그
묘목 때 잡초 제거와 액비 관리, 바람막이 설치 등으로 건강한 수형을 유도하며 가지치기와 살충 관리가 효과적이다. - 초피나무(전피, 제피나무) 특성, 용도, 화단, 화분키우기 - 네이버 블로그
햇볕과 배수 잘되는 흙에서 키우면 가지가 옆으로 고르게 퍼져 보기 좋은 수형을 만든다. - 초피나무 재배 방법 - 티스토리
묘목은 20~30cm로 절단해 강전정 후 관리, 이른 시기부터 짚 덮기와 배수관리를 병행하면 균형 잡힌 수형으로 자란다. - 초피나무 재배 완벽 가이드: 씨앗심기부터 묘목관리까지 - 유튜브
묘목 시기 가지치기를 반복하면 나무가 옆으로 퍼지며 어린 시기 관리가 수형과 생육에 결정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