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뻗은 가지와 풍성한 잎으로 여름날의 그늘을 만들어주는 칠엽수. 공원이나 가로수 길에서 이 멋진 나무를 보며 감탄해 본 경험, 다들 있으시죠?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가 흔히 '칠엽수' 또는 '마로니에'라고 부르는 나무에는 두 종류, 즉 '칠엽수'와 '일본칠엽수'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아셨나요? 두 나무는 정말 쌍둥이처럼 닮아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제가 알려드릴 몇 가지 결정적인 차이점만 기억하신다면, 여러분도 식물 전문가처럼 두 나무를 손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 비밀의 열쇠는 바로 꽃의 색깔, 잎사귀의 끝 모양, 그리고 열매 껍질의 돌기에 있습니다. 이 세 가지만 알면 두 나무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첫 번째, 꽃의 중심을 주목하세요
봄이 되면 두 나무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커다란 원뿔 모양의 화려한 꽃을 피워 올립니다. 멀리서 보면 둘 다 흰 바탕의 꽃이라 구별이 어렵지만, 가까이 다가가 꽃의 중심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명확한 차이가 보입니다. 이 작은 차이를 아는 것이 두 수종을 식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유럽이 고향인 ‘칠엽수(마로니에)’는 꽃의 중심부에 처음에는 노란색 점이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붉은색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일본이 원산지인 ‘일본칠엽수’는 꽃 중심부의 노란색 점이 붉게 변하지 않고 연한 분홍빛을 띠거나 노란색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꽃이 핀 시기라면, 이 색깔 변화만으로도 즉시 구별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 잎사귀 끝의 미세한 차이
두 나무 모두 이름처럼 보통 7개의 작은 잎(소엽)이 손바닥 모양으로 모여 달리는 겹잎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두 나무를 헷갈리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죠. 하지만 이 작은 잎사귀 하나하나의 끝 모양을 살펴보면 미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반 칠엽수의 작은 잎은 끝부분이 뾰족하긴 하지만 비교적 완만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일본칠엽수의 작은 잎은 끝이 갑자기 길고 뾰족하게 꼬리처럼 빠져나와 있는 형태를 가집니다. 마치 누군가 잎 끝을 잡아당긴 것처럼 길쭉한 모양새를 하고 있죠. 잎의 전체적인 모양보다는 가장 끝부분의 형태에 집중하면 쉽게 차이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열매 껍질을 만져보세요
가을이 되면 두 나무는 밤과 비슷하게 생긴 동그란 열매를 맺습니다. 이 열매의 겉모습은 두 나무를 구별하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단서가 됩니다. 겉모습만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열매를 감싸고 있는 껍질의 질감이 완전히 다릅니다.
마로니에, 즉 칠엽수의 열매는 껍질에 날카로운 가시가 촘촘하게 돋아 있어 밤송이처럼 따끔따끔합니다. 손으로 만지면 아플 정도죠. 그에 비해 일본칠엽수의 열매 껍질에는 날카로운 가시 대신 울퉁불퉁한 돌기나 작은 사마귀 같은 것들이 나 있습니다. 가시가 없어 만져도 따갑지 않고 매끈한 편입니다. 열매가 달려 있다면, 껍질의 돌기 유무로 아주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겨울눈의 끈적임 차이
잎과 꽃, 열매가 모두 없는 겨울에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이때는 나뭇가지 끝에 달린 겨울눈(동아)을 확인하면 됩니다. 식물의 겨울눈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중요한 기관으로, 나무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칠엽수의 겨울눈은 만져보면 손에 끈적끈적한 수지(樹脂) 성분이 많이 묻어납니다. 마치 송진처럼 끈적이는 느낌이 강하죠. 하지만 일본칠엽수의 겨울눈은 이러한 끈적임이 거의 없거나 매우 약합니다. 겨울철 두 나무를 구별할 일이 있다면, 가지 끝 겨울눈의 끈적임을 확인해 보세요.
이제 당신도 차이점을 아는 전문가
어떠신가요? 이제 길을 걷다 칠엽수를 만나면 어떤 종류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죠? 꽃 속에 붉은 점이 보이고 열매가 따가우면 유럽에서 온 칠엽수(마로니에)이고, 잎 끝이 길게 빠지고 열매가 울퉁불퉁하면 일본에서 온 칠엽수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이 작은 차이점들을 알고 나면, 무심코 지나쳤던 가로수가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자연을 관찰하는 즐거움, 오늘부터 한 번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 칠엽수 열매는 밤처럼 생겼는데, 먹어도 되나요?
A. 절대 안 됩니다. 칠엽수 열매는 우리가 먹는 밤과 전혀 다른 종류이며, 사포닌과 같은 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먹으면 구토나 설사, 복통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모양이 비슷하다고 절대 주워 먹어서는 안 됩니다.
Q. 마로니에는 칠엽수와 같은 나무인가요?
A. 네, 맞습니다. '마로니에(Marronnier)'는 유럽산 칠엽수를 부르는 프랑스어 이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이 유럽산 칠엽수를 '마로니에'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에 있는 나무가 바로 이 칠엽수입니다.
Q. 두 나무는 왜 이렇게 비슷한가요?
A. 칠엽수와 일본칠엽수는 모두 칠엽수과(Hippocastanaceae) 칠엽수속(Aesculus)에 속하는 아주 가까운 친척이기 때문입니다. 사는 지역(유럽/일본)에 따라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갖도록 진화했지만, 기본적인 유전자가 비슷해 전체적인 모습이 매우 닮았습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먹으면 치명적인 열매 (칠엽수, 마로니에, 일본칠엽수) - 정보 information
일본칠엽수(일본이 원산)는 열매 껍질이 매끈하고 가시가 없으며, 마로니에(가시칠엽수)는 열매껍질에 뚜렷한 가시가 있는 점이 가장 확실한 구별 포인트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 칠엽수(일본칠엽수) vs 가시칠엽수 vs 미국칠엽수 특징 비교 - mjmhpark 블로그
칠엽수(일본칠엽수)는 잎이 더 길고 뾰족하며 열매가 매끈한 반면, 가시칠엽수(마로니에)는 잎이 더 둥글고 뭉툭하며 열매에 가시가 있는 등 외형적 차이와 식별법을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 유럽칠엽수/일본칠엽수 열매비교 - 산모롱이
유럽칠엽수(마로니에)는 열매에 돌기가 있고, 일본칠엽수는 호두처럼 열매 표면이 매끈하다는 단순·명확한 구별법을 실제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 [숲나들이] `같은 듯 다른' 칠엽수와 마로니에 - 드림투데이
국내 가로수로 흔히 심는 칠엽수와 유럽 가시칠엽수(마로니에)의 원산, 꽃, 잎, 열매 표면, 실제 식별 경험까지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 칠엽수 vs 가시칠엽수 vs 붉은칠엽수 : 3형제의 특징 - YouTube
한국의 칠엽수(일본칠엽수), 유럽 가시칠엽수, 미국 붉은칠엽수의 특징과 구별법, 특히 열매의 표면(가시 유무)이 가장 효과적인 식별법임을 영상으로 안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