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부드러운 강아지풀 모양의 이삭, 바로 ‘수크렁’입니다. 억새와 함께 가을 정원을 대표하는 그라스(Grass)로,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 덕분에 많은 분이 정원이나 화단에 심고 싶어 하죠. 하지만 결론부터 경고하자면, 그 아름다움 뒤에는 상상 이상의 ‘잡초 같은 생명력’이 숨어 있습니다. 한번 잘못 심으면 온 정원이 수크렁 밭이 되는 끔찍한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한번 심으면 걷잡을 수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이 매력적인 식물을 현명하게 다루는 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이 식물의 놀라운 확산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고민이셨거나, 이제 막 심으려는 분이라면 오늘 이 글이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을 도와줄 것입니다.
첫째,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강력한 생존 본능


수크렁(파운틴그라스)은 척박한 땅이든, 건조한 곳이든 가리지 않고 뿌리를 내리는 매우 강인한 식물입니다. 병충해도 거의 없어 ‘초보자도 키우기 쉬운 식물’로 곧잘 소개되곤 하죠. 바로 이 점이 문제입니다. ‘키우기 쉽다’는 말은 곧 ‘없애기 어렵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관리 없이도 알아서 잘 자라고 풍성해지는 모습에 처음에는 만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강력한 생존 본능은 당신이 정해준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잔디밭, 다른 꽃들이 자라는 화단, 심지어 보도블록 틈새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모든 곳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무서운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식물을 통제하기 위한 첫걸음은, 그 왕성한 생명력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입니다.
둘째, 바람을 타고 온 정원을 점령하는 씨앗


수크렁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바로 ‘씨앗’입니다. 가을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하나의 이삭에는 수백, 수천 개의 가벼운 씨앗이 달려있습니다. 이 씨앗들은 바람을 타고 정말 멀리까지 날아갑니다. 마치 민들레 홀씨처럼 당신의 정원 구석구석, 심지어는 이웃집 마당까지 날아가 자리를 잡습니다.
다음 해 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삐죽삐죽 올라오는 수크렁 새싹들을 마주하게 되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씨앗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삭이 갈색으로 변하며 익어가기 전, 즉 씨앗이 여물기 전에 꽃대를 모두 잘라내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을 조금 일찍 포기하는 것이 내년의 고생을 막는 가장 현명한 대처법입니다.
셋째, 땅속에 단단히 박힌 뿌리의 힘


씨앗으로만 번식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이 식물은 땅속에서도 해가 갈수록 거대한 포기로 성장하며 뿌리를 깊고 단단하게 내립니다. 한번 자리를 잡은 성체 수크렁을 제거하는 것은 웬만한 나무 한 그루를 뽑는 것과 맞먹는 고된 노동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원치 않는 곳에 자리를 잡은 포기를 제거해야 한다면, 삽으로 주변 땅을 깊게 파내어 뿌리 전체를 들어내야 합니다. 어설프게 지상부만 잘라내거나 뿌리 일부를 남겨두면, 그곳에서 어김없이 다시 싹이 돋아납니다. 이처럼 뿌리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며, 애초에 심을 때부터 신중한 위치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넷째, 통제하며 즐기는 현명한 식재 방법


이처럼 강력한 번식력에도 불구하고 수크렁의 아름다움을 포기할 수 없다면, ‘통제’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땅에 직접 심기보다는 커다란 화분에 심어 기르는 것입니다. 화분은 씨앗이 떨어져도 그 주변으로만 제한되고,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줍니다.
만약 땅에 꼭 심고 싶다면, 식물 주변 땅속에 플라스틱이나 철로 된 ‘뿌리 방지 띠(Root Barrier)’를 깊게 둘러 설치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물리적인 울타리를 쳐주면 뿌리가 더 이상 뻗어 나가지 못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씨앗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꽃대 자르기는 여전히 필수적인 관리 작업입니다.
그래서, 수크렁은 정원의 재앙일까?


그럼 이 식물은 절대 심으면 안 되는 ‘생태계 교란종’ 같은 존재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수크렁은 분명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정원 식물입니다. 다만, 그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할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허락된 식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번 심어놓고 내버려 둬도 알아서 예쁘게 크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했다가는 정원의 재앙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매년 가을, 씨앗이 익기 전에 부지런히 꽃대를 잘라주고, 혹시라도 원치 않는 곳에 싹이 나면 즉시 뽑아줄 자신이 있다면 수크렁은 최고의 가을 정원 친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기울일 자신이 없다면, 조금 덜 번거로운 다른 그라스 종류를 알아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개량된 원예용 수크렁(파운틴그라스)도 번식력이 그렇게 강한가요?
A. 네, ‘하멜른(Hameln)’이나 ‘리틀 버니(Little Bunny)’ 같은 원예용 품종들은 토종 수크렁에 비해 크기가 작고 확산세가 덜한 편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기본적인 강인한 생명력과 씨앗 번식 특성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므로, 방심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Q. 꽃대는 정확히 언제 잘라야 하나요?
A. 가장 좋은 시기는 이삭이 활짝 펴서 가장 보기 좋을 때, 하지만 아직 씨앗이 익어 갈색으로 변하기 직전입니다. 지역과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입니다. 이삭을 만졌을 때 씨앗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면 이미 늦었을 수 있으니, 조금 이르다 싶을 때 잘라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이미 정원에 퍼진 수크렁은 어떻게 없애나요?
A.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싸움입니다. 우선 눈에 보이는 모든 포기의 꽃대를 전부 잘라 더 이상의 씨앗 확산을 막아야 합니다. 그 후, 큰 포기는 삽으로 뿌리째 파내고, 잔디밭이나 화단에 갓 돋아난 어린 싹들은 보이는 즉시 손이나 호미로 뿌리까지 제거해야 합니다. 한 해에 끝내기 어려울 수 있으며, 꾸준한 제거 작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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