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갓 캐낸 뜨끈뜨끈한 군고구마의 달콤함을 꿈꾸며 텃밭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으시죠. 그런데 고구마는 감자처럼 씨감자를 심는 것이 아니라, '순(줄기)'을 심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그냥 순을 사다가 흙에 꽂으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작은 순 하나를 어떻게 심느냐에 따라 가을의 수확량이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고구마 농사의 성공 절반은 바로 '어떤 순을, 어떻게 심느냐'에서 결정됩니다.
이 글은 여러분의 작은 텃밭이 가을날 탐스러운 고구마로 가득 찰 수 있도록, 좋은 순을 고르는 비법부터 실패 없는 심기 기술까지, 고구마 파종의 모든 것을 A부터 Z까지 친절하게 알려드리는 완벽 가이드입니다.
좋은 순이 '풍년'을 결정한다
모든 농사의 시작은 좋은 씨앗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고구마 농사에서는 바로 이 '고구마순(묘종)'이 씨앗의 역할을 합니다. 좋은 순을 고르는 것이 앞으로의 수고를 반으로 줄여주는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종묘상이나 시장에서 순을 고를 때는, 줄기가 너무 가늘거나 웃자라지 않고, 마디 사이가 짧으며 통통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잎은 너무 크지 않고 진한 녹색을 띠며, 병충해의 흔적 없이 깨끗해야 합니다. 줄기 길이는 약 25~30cm 정도, 마디는 7~8개 이상 붙어있는 것이 땅에 심었을 때 뿌리를 잘 내리고 활착이 빠릅니다. 시들시들 힘이 없는 순보다는, 갓 잘라낸 듯 싱싱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순을 고르는 안목이 풍성한 가을 수확의 첫걸음입니다.
고구마가 좋아하는 땅 만들기
고구마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고마운 작물이지만, 이 친구가 특별히 좋아하는 땅의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물 빠짐이 좋은 땅'입니다. 진흙처럼 물이 잘 빠지지 않는 땅에서는 고구마가 예쁘게 뻗어 나가지 못하고, 썩거나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본격적으로 순을 심기 1~2주 전, 밭에 퇴비와 복합 비료를 뿌리고 흙을 깊게 갈아엎어 부드럽게 만들어 주세요. 고구마는 땅속에서 자라는 작물이므로, 흙이 부드러워야 뿌리가 깊고 넓게 뻗어 나갈 수 있습니다. 두둑은 최대한 높게(25~30cm 이상)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높은 두둑은 물 빠짐을 좋게 하고, 고구마가 자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주어 상품성 좋은 고구마를 수확하는 최고의 비결입니다.
고구마순, 심기 전 '물올림'의 중요성
구매한 고구마순을 바로 밭에 심는 것은, 목마른 사람을 사막 한가운데에 두는 것과 같습니다. 유통 과정을 거치며 수분이 마른 순은 바로 흙에 심으면 뿌리를 내릴 힘이 부족해 시들거나 죽어버리기 쉽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물올림' 과정입니다.
심기 하루 전, 고구마순의 밑동 부분을 물에 2~3시간 정도 담가 충분히 물을 흡수하게 해주세요. 그 다음, 젖은 신문지나 천으로 감싸 서늘한 그늘에 보관해두면 시들했던 순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간단한 과정이 고구마순의 활착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아주 중요한 준비 단계입니다.
수확량을 두 배로 늘리는 심기 기술
이제 본격적으로 순을 심을 시간입니다. 고구마를 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말농장이나 작은 텃밭에서 가장 수확량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수평 심기'입니다. 고구마는 줄기의 '마디' 부분에서 새로운 뿌리가 나오고, 그 뿌리 끝에 고구마가 달립니다. 즉, 땅속에 묻히는 마디의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고구마가 열리는 셈이죠.
두둑에 25~30cm 간격으로 호미로 길게 골을 파고, 고구마순을 눕혀서 심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생장점이 있는 끝부분 2~3마디만 남기고, 나머지 줄기 부분은 모두 흙 속에 묻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땅속에 묻힌 여러 개의 마디에서 각각 고구마가 주렁주렁 열리게 되어, 수직으로 푹 꽂아 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심는 시기, 언제가 가장 좋을까?
"고구마는 언제 심어야 하나요?" 초보 농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고구마순을 심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늦서리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고, 땅의 온도가 충분히 따뜻해지는 5월 초순부터 6월 중순까지입니다. 너무 일찍 심으면 냉해를 입을 수 있고, 너무 늦게 심으면 고구마가 충분히 굵어질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수확량이 줄어듭니다.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비교적 따뜻한 남부지방은 4월 하순부터 심기 시작하고, 중부지방은 5월 초중순, 기온이 낮은 강원도나 산간 지역은 5월 하순경이 가장 적절한 시기입니다. 내가 사는 지역의 마지막 서리 시기를 고려하여 심는 날짜를 정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지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비닐 멀칭을 꼭 해야 하나요?
A. 필수는 아니지만,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검은색 비닐 멀칭은 땅의 온도를 높여 고구마의 초기 성장을 돕고, 흙 속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주며, 가장 성가신 '잡초'가 자라나는 것을 억제해 주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Q. 고구마순을 심고 바로 물을 줘야 하나요?
A. 네, 아주 중요합니다. 순을 심은 뒤에는 반드시 물을 흠뻑 주어, 흙과 순이 완전히 밀착되도록 도와주어야 뿌리가 더 빨리 내릴 수 있습니다. 심은 후 1주일 정도는 순이 시들지 않도록 흙이 마르지 않게 관리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Q. 고구마 심은 밭에는 비료를 많이 하면 안 된다고 들었어요.
A. 맞습니다. 특히 질소(N) 성분이 너무 많은 비료를 주면, 고구마는 땅속에서 알을 키우는 대신 땅 위에서 줄기와 잎만 무성하게 키우는 '줄기 괴물'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밑거름을 충분히 했다면, 생육 기간 동안에는 웬만해서는 추가 비료를 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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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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