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이면 하얀 종 모양의 꽃이 주렁주렁 매달려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때죽나무를 보며 우리 집 마당이나 베란다에도 한 그루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묘목을 사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씨앗을 심자니 싹이 트는 데만 2년이 걸린다는 말에 포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무턱대고 가지를 잘라 흙에 꽂았다가 다 말라 죽이는 실패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지인들에게 작은 묘목을 선물할 정도로 번식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시원하게 말씀드리자면, 실패 없는 번식의 핵심은 습도가 높은 6월 장마철에 튼튼한 가지를 골라 꽂는 것입니다. 건조한 봄보다는 공기 중에 물기가 가득한 초여름이 뿌리 내리기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식물을 처음 키우는 초보자나 초등학생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때죽나무 꺾꽂이 비법과 관리 요령을 제 경험을 바탕으로 아주 상세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뿌리가 가장 잘 내리는 황금 시간대 찾기


식물 번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는 것입니다. 때죽나무는 봄에 싹이 트기 전이나 가을에도 시도할 수 있지만,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시기는 바로 6월 중순에서 7월 사이입니다. 이때는 나무가 가장 왕성하게 자라는 시기라서 세포 분열이 활발하고 상처가 나도 금방 아물며 뿌리를 내리는 힘이 강력합니다.
특히 비가 자주 오는 장마철은 천연 가습기가 틀어져 있는 것과 같아서 가지가 마르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만약 이 시기를 놓쳤다면 인위적으로 비닐을 씌워 습도를 높여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인 높은 습도를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쉽고 확실하게 성공하는 지름길입니다.
튼튼한 아기 나무가 될 가지 선별법


어떤 가지를 자르느냐에 따라 절반의 성공이 결정됩니다. 너무 어린 초록색 새순은 흙 속에서 썩기 쉽고, 반대로 갈색으로 딱딱하게 굳은 묵은 가지는 뿌리가 뚫고 나오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정답은 그 중간 단계인 '반경화지'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올해 봄에 자라나서 초록빛을 띠고 있지만 만져봤을 때 제법 단단한 느낌이 드는 가지가 가장 좋습니다.
길이는 손가락 한 뼘 정도인 10cm에서 15cm 정도로 잘라주세요. 이때 가위는 반드시 소독해서 사용해야 세균 감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건강하고 병들지 않은 어미 나무에서 튼튼한 가지를 골라내는 눈썰미가 필요합니다. 좋은 재료가 좋은 요리를 만들 듯이, 싱싱한 가지가 튼튼한 묘목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수분 증발을 막는 잎사귀 다듬기 기술


가지를 잘랐다면 바로 흙에 꽂지 말고 손질을 해야 합니다. 뿌리가 없는 상태에서 잎이 너무 많으면 식물 몸속의 수분이 잎을 통해 공기 중으로 다 날아가서 말라 죽게 됩니다. 가지 아래쪽에 있는 잎들은 모두 떼어내고, 위쪽에 잎을 2장에서 3장 정도만 남겨두세요.
남겨둔 잎들도 그대로 두지 말고 가위로 절반씩 싹둑 잘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광합성은 계속해서 영양분을 만들면서도, 수분이 날아가는 면적을 줄여주어 생존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잎을 자르는 것이 조금 안쓰러워 보여도, 과감하게 정리해 주는 것이 나무 전체를 살리는 지혜로운 해결책입니다.
세균 걱정 없는 깨끗한 흙 준비하기


아무 흙이나 화단에서 퍼와서 심으면 흙 속에 있는 곰팡이나 세균 때문에 자른 단면이 썩어버릴 수 있습니다. 영양분이 전혀 없는 깨끗한 무균 상토나 질석, 혹은 펄라이트가 섞인 배양토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거름기가 많은 흙은 삼투압 현상으로 오히려 뿌리 내리는 것을 방해하므로 피해야 합니다.
작은 화분에 흙을 채우고 물을 흠뻑 주어 미리 촉촉하게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나무젓가락으로 구멍을 뽕뽕 뚫어놓은 뒤에 준비한 가지를 꽂아야 줄기가 껍질이 벗겨지거나 다치지 않습니다. 흙이 부드럽고 물이 잘 빠져야 산소가 공급되어 뿌리가 숨을 쉬고 쑥쑥 자라날 수 있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습도 관리


삽목을 마친 화분은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밝은 그늘에 두어야 합니다. 햇빛을 직접 받으면 온도가 너무 올라가서 가지가 익어버리거나 말라버릴 수 있습니다. 흙이 마르지 않도록 매일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거나, 투명한 비닐봉지를 씌워 미니 온실을 만들어주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비닐에 구멍을 몇 개 뚫어 숨구멍을 만들어주는 센스도 잊지 마세요.
보통 빠르면 한 달, 늦으면 두 달 정도 지나면 새순이 돋아나는데, 이때가 바로 뿌리가 내렸다는 신호입니다. 새순이 보이기 전까지는 궁금하더라도 절대 가지를 뽑아보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합니다. 잦은 확인은 이제 막 나오려는 여린 뿌리를 다치게 하는 주범이니 꾸준한 관심과 습도 조절만이 성공을 보장해 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물꽂이로 먼저 뿌리를 내리고 심어도 되나요?
A. 가능은 하지만 때죽나무 같은 목본류(나무)는 물꽂이 성공률이 풀보다는 낮습니다. 물속에서는 뿌리가 나오더라도 흙에 옮겨 심었을 때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깨끗한 흙(질석 등)에 꽂아 관리하는 것이 훨씬 튼튼한 뿌리를 얻는 방법입니다.
Q. 뿌리 발근제를 꼭 발라야 하나요?
A. 필수는 아니지만 바르면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루톤' 같은 발근 촉진제를 자른 단면에 가루째 묻혀서 심으면 뿌리가 나오는 속도가 빨라지고 썩는 것을 방지해 줍니다. 하지만 6월 적기에 시도하신다면 발근제 없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Q. 화분 분갈이는 언제 하는 게 좋은가요?
A. 새순이 나오고 뿌리가 화분 밑구멍으로 보일 정도로 자랐을 때 옮겨 심는 것이 안전합니다. 보통 삽목한 해의 가을 늦게나 다음 해 봄에 영양분이 있는 상토로 분갈이를 해주면 폭풍 성장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너무 일찍 옮기면 뿌리가 다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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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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