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산행을 하다 보면 나뭇가지마다 조롱조롱 매달린 귀여운 회색 구슬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스님들이 떼로 모여 있는 머리 모양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때죽나무의 열매입니다. 5월에는 하얀 꽃으로 숲을 밝혀주더니 가을에는 이렇게 앙증맞은 결실로 우리를 반겨줍니다. 저도 숲 해설을 처음 공부할 때 이 열매가 가진 놀라운 세정력을 직접 실험해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덜컥 입에 넣었다가는 큰일 날 수 있는 반전 매력을 가진 친구이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시원하게 말씀드리자면, 이 열매는 먹는 과일이 아니라 씻는 비누이자 바르는 약으로 써야 합니다. 강력한 살균과 세정 능력, 그리고 마취 성분이 들어있어 우리 조상님들은 이를 생활 속 만능 해결사로 활용해 왔습니다. 오늘은 숲속의 천연 세제라 불리는 이 신비한 열매가 구체적으로 우리 생활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그리고 주의해야 할 독성은 무엇인지 초등학생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거품이 보글보글 나는 천연 세탁 세제


이 열매의 가장 대표적인 효능은 바로 뛰어난 세정력입니다. 껍질에는 '에고사포닌'이라는 성분이 아주 풍부하게 들어있는데, 이것은 비누거품을 내는 천연 계면활성제 역할을 합니다. 덜 익은 푸른 열매를 돌로 짓이겨서 물에 풀면 신기하게도 하얀 거품이 풍성하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화학 세제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냇가에서 빨래할 때 이 열매를 으깨어 사용했습니다. 특히 기름때를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해서 옷의 찌든 때를 쏙 빼주었습니다. 숲에서 옷에 얼룩이 묻었거나 손이 기름기로 미끌거릴 때, 이 열매 하나만 있으면 말끔하게 씻어낼 수 있는 자연이 준 최고의 비누입니다.
치통을 잊게 해주는 자연 마취제


갑자기 이가 아파서 고생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치과가 없던 시절에는 때죽나무 열매가 급한 불을 끄는 진통제 역할을 했습니다. 열매 속에 들어있는 약간의 독성이 신경을 마비시키는 마취 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열매를 찧어서 아픈 치아 부위에 살짝 물고 있거나, 우려낸 물을 머금고 있으면 통증이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신경을 무디게 만드는 것이므로, 아주 급할 때만 사용해야 합니다. 절대 삼키지 않고 뱉어내는 것이 안전하게 통증을 다스리는 지혜입니다.
가래를 없애고 기관지를 맑게 하는 약재


한방에서는 이 열매를 '제별'이라는 약재 이름으로 부르며 귀하게 여겼습니다. 주로 감기에 걸려 목에 가래가 끓거나 기침이 멈추지 않을 때 사용했습니다. 맵고 쓴 성질이 뭉친 것을 풀어주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기관지염이나 후두염으로 목이 칼칼할 때,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적절히 법제(독을 없애는 과정)한 열매를 사용하면 숨쉬기가 한결 편안해집니다. 하지만 가정에서 함부로 달여 먹기에는 독성 조절이 어려우므로, 반드시 한의사의 도움을 받아 약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해결책입니다.
등잔불을 밝히고 머릿결을 지키는 기름


열매의 겉껍질 속에 숨겨진 단단한 씨앗에는 질 좋은 기름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가을에 잘 익은 열매를 모아 기름을 짜면 동백기름 못지않게 맑고 고소한 기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옛날 제주도나 산간 지방에서는 이 기름으로 호롱불을 켜서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또한 이 오일은 잘 마르지 않는 불건성유라서 머릿기름으로도 인기가 높았습니다. 머리카락에 바르면 윤기가 흐르고 단정하게 정리해 주어 옛 여인들의 화장대 필수품이었습니다. 껍질은 비누로 쓰고 씨앗은 오일로 쓰는, 버릴 것 하나 없는 알뜰한 숲속의 보물입니다.
함부로 먹으면 안 되는 독성의 비밀


이렇게 유용한 열매지만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바로 '독'입니다. 앞서 말한 사포닌 성분은 물고기의 아가미 호흡을 방해해서 기절시킬 만큼 강력합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이 열매를 찧어 물에 풀어 물고기를 잡기도 했는데, 물고기가 '떼로 죽는다'고 해서 나무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입니다.
사람이 이 열매를 생으로 씹어 먹으면 목구멍이 타는 듯이 아프고 심하면 위장 장애나 마비 증상이 올 수 있습니다. 맛도 굉장히 쓰고 아립니다. 아이들과 숲 체험을 할 때 귀여운 모양에 속아 입에 넣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주어야 합니다. 눈으로 보고 거품 놀이를 하는 것은 좋지만,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 집에서 천연 세제를 만들어 써도 되나요?
A. 네, 가능합니다. 덜 익은 푸른 열매를 모아서 물과 함께 끓이거나 효소를 담가두면 훌륭한 주방 세제가 됩니다. 설거지할 때 사용하면 기름기가 잘 닦이고 손에도 자극이 적습니다. 다만 만들 때 환기를 잘 시키고, 아이들이 먹지 않도록 병에 라벨을 붙여 보관하세요.
Q. 열매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벼도 되나요?
A. 절대 안 됩니다. 열매의 즙이 눈에 들어가면 굉장히 따갑고 충혈될 수 있습니다. 숲에서 열매를 만지고 관찰한 뒤에는 반드시 깨끗한 물로 손을 씻어야 합니다. 사포닌 성분은 점막을 자극하는 성질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Q. 열매는 언제 따는 게 가장 좋은가요?
A. 세정제로 쓰려면 즙이 많은 7월에서 8월 사이의 푸른 열매가 가장 좋습니다. 반면 기름을 짜거나 약재로 쓰려면 9월 이후 갈색으로 잘 익어서 껍질이 벌어지기 시작할 때 채취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용도에 따라 수확 시기를 달리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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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천연 진통제, 때죽나무의 효능·성분·먹는 법·부작용 – 티스토리
사포닌·에고놀 성분이 주는 진통·혈관 건강 효과와 차·달임 시 독성·금기 대상 등을 정리한 글입니다. - 때죽나무의 효능과 활용 정보 총정리 – 스마트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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