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원의 주인공, '큰꿩의비름'.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도 없어 '착한 식물'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딱 한 가지 우리를 속상하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여름 장마가 지나고 나면, 기다란 줄기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사방으로 드러누워 버리는 '쓰러짐' 현상입니다.
"올해도 또 누웠네…" 하며 지주대를 세워 끈으로 묶어주느라 애를 먹고 계셨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지긋지긋한 쓰러짐 문제를 단 한 번의 '이발'로 아주 간단하고 우아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오늘, 영국 정원사들의 비밀 기술인 '첼시 촙(Chelsea Chop)'이라는 마법을 통해, 여러분의 큰꿩의비름을 튼튼하고 풍성한 '꽃다발'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왜 쓰러질까? '키다리'의 숙명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큰꿩의비름이 왜 쓰러지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이 식물은 봄부터 여름까지 위를 향해 곧게 자라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흙에 영양분이 너무 많거나 햇볕이 부족하면, 줄기가 단단해질 틈도 없이 키만 멀대처럼 웃자라게 됩니다.
이렇게 약하게 자란 줄기 끝에, 가을이 되면 수분을 가득 머금은 무거운 꽃송이가 맺히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거센 비바람이라도 한 번 휩쓸고 지나가면, 가냘픈 줄기는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버리는 것이죠. 즉, 이들의 쓰러짐은 게으름이 아니라, '너무 빨리 자란 키다리의 숙명'과도 같습니다.
마법의 이발, '첼시 촙(Chelsea Chop)'
'첼시 촙'이라는 이름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첼시 플라워 쇼'가 열리는 시기인 5월 말에서 6월 초에, 여러해살이풀의 순을 잘라주는 정원 기술이라고 해서 붙여진 재미있는 이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순지르기'나 '적심'이라고 부르는 기술과 원리가 같습니다.
이 마법의 핵심은 아주 간단합니다. 식물이 너무 크게 자라기 전, 즉 키가 전체의 절반 정도 자랐을 때(보통 5월 말~6월 초) 전체 줄기의 1/3에서 절반 정도를 과감하게 잘라주는 것입니다. 마치 아이의 머리를 잘라주어 더 단정하게 만드는 것과 같죠. 이 간단한 '이발' 하나가, 가을의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습니다.
'첼시 촙'의 세 가지 놀라운 효과
그렇다면 이 '이발'은 어떤 놀라운 마법을 부리는 걸까요? 첫 번째, 식물의 키가 낮아지고 줄기가 '튼튼'해집니다. 위로만 뻗어가던 성장 에너지가 멈추면서, 남아있는 줄기가 더 굵고 단단하게 목질화될 시간을 벌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비바람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 튼튼한 뼈대를 갖게 되는 것이죠.
두 번째, 잘린 부분 아래에서 여러 개의 '곁가지'가 돋아나와, 전체적인 형태가 훨씬 더 풍성하고 둥근 '꽃다발' 모양이 됩니다. 가지의 수가 늘어나니, 당연히 가을에 피어나는 꽃송이의 수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집니다. 세 번째, 개화 시기가 2~4주 정도 자연스럽게 늦춰져, 다른 가을꽃들과 어우러지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떻게 잘라야 할까? (실전 팁)
'첼시 촙'은 절대 어려운 기술이 아닙니다. 소독한 깨끗한 가위를 이용해, 식물 전체의 키를 일정하게 맞춘다는 생각으로 잘라주기만 하면 됩니다. 이때, 자른 줄기들을 그냥 버리지 마세요. 이 줄기들은 아주 훌륭한 '삽목' 재료가 됩니다.
잘라낸 줄기의 아래쪽 잎들을 정리하고, 물 빠짐이 좋은 흙에 꽂아두기만 하면 아주 쉽게 뿌리를 내립니다. 이 간단한 과정만으로도 올가을, 여러분의 정원에는 수십 개의 큰꿩의비름 아기 포트가 새로 생겨날 것입니다. 나눔의 기쁨까지 누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번식 방법입니다.
'첼시 촙'을 할까 말까, 고민된다면?
"그래도 자르는 게 무서워요.", "키가 큰 모습 그대로 보고 싶어요." 이런 분들을 위한 절충안도 있습니다. 바로 '절반만' 잘라주는 것입니다. 한 포기의 큰꿩의비름이 있다면, 앞쪽에 있는 줄기들은 잘라 키를 낮추고, 뒤쪽에 있는 줄기들은 그대로 두어 자연스럽게 키가 큰 상태로 자라게 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뒤쪽의 키 큰 줄기들이 먼저 꽃을 피우고, 앞쪽의 잘라준 줄기들이 나중에 꽃을 피우면서 전체적인 개화 기간이 훨씬 더 길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앞쪽의 낮은 줄기들이 뒤쪽의 긴 줄기들을 자연스럽게 받쳐주는 '천연 지지대' 역할을 하여, 전체적인 쓰러짐을 막아주는 아주 영리한 해결책이 되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첼시 촙' 시기를 놓쳤는데, 7월이나 8월에 잘라도 되나요?
A. 너무 늦게 자르면, 새 가지가 충분히 자라 꽃을 피울 시간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늦어도 6월 말 이전에는 마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큰꿩의비름은 어떤 환경을 좋아하나요?
A. 햇볕을 매우 좋아하는 식물이라, 하루 종일 해가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을 선호합니다. 또한, 뿌리가 다육질이라 과습에 약하므로, 흙은 반드시 물 빠짐이 좋아야 합니다.
Q. 꽃에 벌이 너무 많이 모여드는데, 괜찮을까요?
A. 네, 아주 좋은 신호입니다. 큰꿩의비름은 꿀이 아주 풍부하여, 꿀벌과 나비들이 매우 좋아하는 '밀원식물'입니다. 가을철 먹이가 부족한 곤충들에게 아주 중요한 식량 창고 역할을 해주는, 생태적으로도 매우 가치 있는 식물입니다.
가을 정원의 보석, 큰꿩의비름 키우기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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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큰꿩의비름) 노지월동 잘하고 번식력 좋은 큰꿩의비름 -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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