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쪽 해안가나 제주도, 울릉도를 여행하다 보면, 사계절 내내 윤기나는 짙은 녹색 잎으로 늠름하게 서 있는 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바람에도 꿋꿋한 그 모습에 ‘저 나무는 이름이 뭘까?’ 하고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오늘 그 답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후박나무’일 확률이 높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후박나무를 가장 쉽게 알아보는 방법은 가지 끝에 둥글게 모여 달리는 ‘우산 같은 잎 모양’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회갈색 나무껍질’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만 기억하신다면, 이제 당신도 남쪽 숲의 멋진 신사, 후박나무를 한눈에 알아보는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겨울에도 푸른, 남쪽의 신사
후박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 늘푸른나무, 즉 상록수입니다. 따뜻한 기후를 좋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해안과 서해안의 섬 지역, 그리고 제주도와 울릉도에서 잘 자랍니다. 해풍을 잘 견뎌내기 때문에 바닷가 마을의 정자나무나 방풍림으로도 흔히 볼 수 있죠.
이처럼 특정 지역에서 자생한다는 사실은 후박나무를 찾는 첫 번째 단서가 됩니다. 만약 당신이 남쪽 바닷가를 걷다가 사계절 푸른 잎을 자랑하는 멋진 나무를 만났다면, ‘혹시 후박나무가 아닐까?’ 하고 유심히 살펴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이 나무의 정체를 아는 것은 남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을 찾는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우산처럼 펼쳐진 잎사귀
후박나무를 알아보는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특징은 바로 잎사귀입니다. 이 나무의 잎은 두껍고 가죽처럼 빳빳하며, 표면에는 윤기가 흘러 반짝입니다. 길쭉하고 두툼한 모양새도 특징이지만, 진짜 핵심은 잎이 달려있는 ‘방식’에 있습니다.
후박나무의 잎들은 가지 끝부분에 서너 장씩 둥글게 모여서 달립니다. 마치 비 오는 날 펼쳐놓은 우산의 살처럼, 혹은 자전거 바퀴살처럼 방사형으로 모여있는 모습이죠. 다른 나무들처럼 잎이 가지에 듬성듬성 달리지 않고, 이렇게 가지 끝에 집중적으로 모여있다는 점이 후박나무만의 독특한 매력이자 결정적인 식별 포인트입니다.
매끈한 회색 코트, 나무껍질
잎사귀와 더불어 후박나무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또 다른 단서는 바로 나무의 몸통을 감싸고 있는 껍질입니다. 어릴 때나 나이가 들었을 때나 비교적 매끈한 표면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색깔은 회갈색이나 암갈색을 띠며, 군데군데 하얀 점 같은 무늬(껍질눈)가 보이기도 합니다.
소나무나 참나무처럼 껍질이 거칠게 갈라지는 다른 나무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죠. 또한, 이 나무껍질은 ‘후박피’라고 불리며 예로부터 귀한 약재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처럼 매끈한 수피는 이 나무를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작지만 향기로운, 5월의 꽃
후박나무는 5월에서 6월 사이, 새롭게 돋아난 가지 끝에서 꽃을 피웁니다. 꽃의 크기는 매우 작고 색깔도 화려한 원색이 아닌 연한 황록색이라 눈에 잘 띄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다고 해서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후박나무 꽃의 진짜 매력은 바로 그윽한 ‘향기’에 있습니다.
꽃이 만발할 때 나무 아래를 지나면 어디선가 풍겨오는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화려하게 자신을 뽐내기보다는 은은한 향기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겸손한 매력을 가졌죠. 이 시기에 남도를 여행한다면 후각을 통해 이 나무를 찾아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보석처럼 빛나는, 검붉은 열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지면, 꽃이 졌던 자리에 작고 동그란 열매가 맺히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녹색이었던 열매는 점차 붉은빛을 띠다가, 늦가을이 되면 흑자색, 즉 검붉은 색으로 완전히 익어갑니다.
후박나무 열매의 가장 큰 특징은 열매를 받치고 있는 ‘꼭지’가 빨갛다는 점입니다. 마치 작은 붉은 잔 위에 검은 구슬을 올려놓은 듯한 모습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이 보석 같은 열매는 직박구리 같은 새들이 아주 좋아하는 겨울철 양식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이 독특한 열매 모양 역시 후박나무를 식별하는 재미있는 단서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후박나무와 일본목련(일본후박)은 같은 나무인가요?
A. 아니요, 이름이 비슷해서 혼동하기 쉽지만 전혀 다른 나무입니다. 우리가 흔히 후박나무라고 부르는 것은 녹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수입니다. 반면, 일본목련(Magnolia obovata)은 목련과에 속하며 가을에 잎이 지는 낙엽수이고, 잎이 훨씬 크고 흰 꽃을 피웁니다.
Q. 서울 같은 중부지방에서도 키울 수 있나요?
A. 후박나무는 따뜻한 남쪽 지방의 나무라 추위에 약합니다. 서울이나 경기 등 중부지방의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정원수로 심고 싶다면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한 남부지방에 적합합니다.
Q. 나무껍질을 약으로 쓴다는데, 아무나 채취해도 되나요?
A. 절대 안 됩니다. 후박나무 껍질(후박피)은 위장 질환 등에 효능이 있는 한약재로 쓰이지만, 전문가의 처방 없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공원이나 산에 있는 나무를 허가 없이 훼손하거나 껍질을 벗기는 행위는 불법이므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후박나무 쉽게 구별하는 법 (녹나무, 태산목과 비교)
따뜻한 남쪽 바다나 제주도를 여행하다 보면, 사시사철 푸른 잎을 자랑하는 키 큰 나무들을 보며 "참 싱그럽다"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다들 잎이 넓고 반짝이는 게 비슷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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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후박나무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후박나무의 잎, 껍질, 꽃, 열매의 생태 특성 및 분포 지역, 수고와 크기, 그리고 약용 및 목재 활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합니다. - 후박나무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후박나무의 생물학적 특징과 형태, 잎과 꽃과 열매의 구조, 분포지와 전통적 이용법 등을 학술적으로 정리한 자료입니다. - 후박나무 - 나무위키
동아시아 자생 대형 상록수로서, 잎과 꽃, 껍질, 열매 특징과 혼동되는 일본목련과 중국목련과의 구분점도 설명합니다. - 후박나무 -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후박나무의 생태, 개화 및 결실 시기, 잎과 껍질의 구체적 묘사, 산지 및 해안가 생육 환경 정보를 제공합니다. - 수목도감 - 후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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